"아니, 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땀을 뻘뻘 흘리고 학교에서 돌아와 씻고 나오는 둘째 아이의 등이며 엉덩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물었다.

"몰라요."

온 몸에 울긋불긋한 두드러기를 엄마는 왜 이제야 보셨냐는 듯 무뚝뚝하게 한 마디를 툭 내던졌다.

"아니, 몸이 이정도면 무척 간지러웠을텐데...안 간지러워? 간지럽지 않냐고?"

나도 뒤 늦게 아이의 땀띠를 발견한미안함을 무마라도 해 보려고 재차 질문을 던졌다.

" 간지러워요, 엄청 간지럽다고요. 아무리 긁어도 계속 간지러워요"

덥고 습한 날씨 덕에 몸에 열이 많은 둘째 아이는 해마다 여름이면 땀띠 때문에 고생을 한다. 그런데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된 후로는 아침마다 입고 가는 긴 교복바지와 교복 와이셔츠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영 탐탁치가 않다.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아이의 땀띠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는 교복 때문 이라고 내심 원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예쁘고 멋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아침 저녁 콩나물 자라듯이 쑥쑥 커가는 성장기 아이들이 3년 내내, 아니 6년 내내 입고 지내기엔 교복이 너무 조여있지 않을까?

어느 가수의 유행가 가사처럼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좋을 것 같고, 여러 개의 단추가 있는 와이셔츠 대신 활동하기 편한 티셔츠라면 좋겠다. 허리에 벨트를 매면서 꽉 조이지 않는 고무줄 바지라면 더욱 좋을듯하다. 모양새가 나지 않아 입고 다니기 불편하다면 학교에서 체육복 갈아입듯이 체육복이 학습복을 대신하면 어떨까 싶다.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기역자 책상과 니은자 의자에 교복을 입고 갇힌 채 6년을 보내야만 하는 우리네 아이들이 조금은 안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아이들을 온실에 있는 희귀종 식물을 다루듯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는 유형의 부모는 아닌 듯하다.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채널을 선점하려고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아이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이 언제인지도 잘 모르는 철없고 무심한 엄마 쪽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긋불긋 돋아난 땀띠를 보다보니 애궂은 교복을 원망하며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풀어보게 된다.

한의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침을 맞게하고 약을 한 재 지어 나오면서이 세상에서 여름이 제일 싫지 않냐고 물었더니, 더운 여름보다 더 싫은 건 지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그걸 참아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서른 한 가지 다른 맛은 아니지만 한 아름 아이스크림으로 30도가 윗 도는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혔던 2010년의 칠월 어느 날이었다.

▲ 김미혜 충북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