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골잡이 프로축구 fc 서울의 박주영
3만5천여 팬들이 모여든 상암벌에서 천재 골잡이가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박주영(22).

그는 이틀 전 국가대표팀 우루과이전 출전 선수 발표에서 빠져 다시 한 번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굴하지 않았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고, 대선배 공격수 안정환(31.수원 삼성)이 상대 진영에 포진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해트트릭으로 라이벌 매치의 영웅이 됐다.

박주영은 21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컵 2007 b조 2차전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13분부터 골 폭죽 쇼를 시작했다.

전반 13분 김은중의 힐패스를 이어받은 이청용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뒤 밀어준 크로스를 문전에서 한번 잡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찔러 넣었다. 동점골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반 6분 다시 잔치가 재개됐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라온 이을용의 프리킥 크로스를 아디가 헤딩으로 골문 앞에 찔러준 것이 수비수에 맞고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자 수비수 조원희와 최성환을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로 순식간에 제치고 왼발로 다시 골문을 흔들며 역전을 성공시켰다.

2004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수비수 네 명을 완전히 농락하며 골문을 열어 천재의 탄생을 알렸던 순간을 복기라도 해내듯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이 상암벌을 메운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분 뒤 이청용이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골문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논스톱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지난 18일 제주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뽑아낸 데 이어 두 경기 연속골. 특히 해트트릭은 프로 데뷔 첫 해인 2005년 5월18일 광주전, 같은 해 7월10일 포항전에 이어 세 번째다.

해트트릭의 현장이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상암벌의 대표 골잡이임을 여실히 입증해냈다.

2005년 박주영은 해트트릭 두 번을 포함해 18골을 뽑아내며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올랐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프로 2년 차였던 지난 해엔 슬럼프에 빠져 골 감각을 잃어버렸고 맘 고생은 더욱 심했다.

올 시즌 부활을 예감하며 야심차게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지난 달 28일 예멘전에서 배치기 퇴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굴곡과 시련이 거듭될수록 더욱 단단히 단련된 천재는 올 시즌 최고의 빅 매치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자신을 계속 제외시키는 베어벡 감독에게 무언의 항의라도 하듯 독기를 뿜어냈다.

박주영의 원맨쇼는 올 시즌 축구장에 두 번째 대박을 몰고왔다.

대박 1호의 주인공은 안정환이었다. 지난 14일 대전과 컵대회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극적인 컴백쇼를 펼친 안정환은 이날 박주영과의 첫 맞대결에선 잠잠했다.

4월8일 이들은 상암벌 정규리그 경기에서 다시 맞붙는다. 팬들은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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