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고용없는 성장'을 주장했는데, 선진국일수록 노동집약형 산업은 인건비가 싼 나라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고, 기술의 발달로 자동화가 확대되어 국민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되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았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가 다시 생산을 자극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자리 문제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에 퇴직 안하면 도둑놈)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등, 경제불황과 취업난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

지난 6월 노동부는 '노동시장 동향 분석'을 통해 경제활력과 함께 고용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면서, 여성과 50대이상 장년층이 고용증가세를 주도하고 경기개선에 따른 구인수요 확대로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한 고용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oecd 전체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8.7%인데 우리나라 실업률은 3.7%로 회원국들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통계발표에 안주할 수 없다. 통계치에 반영되지 않은 비정규직 등 '고용의 불안정성'과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국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숫자놀음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취업취약계층 - 근로능력을 가진 빈곤층(workable poor)'에 주목해야 한다. 2007년 발간된 '88만원 세대'는 기성세대에게 저임금노동으로 착취당하며, 비정규직노동자가 대부분이라 직업시장을 떠돌아다니면서 88만 원에서 119만 원 사이의 임금을 받는 20대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고, 대부분 꾸준히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없는 20대의 현실을 비판하였다.

청년층과 근로능력을 가진 기초생계비수급자 · 차상위계층 및 기초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일자리에 관련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고용서비스의 4대 축인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센터, 지자체, 민간기관, 학교는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서비스 연계 및 협력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취업취약계층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 직업능력, 가정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가장 근로자의 경우, 노동부 직업능력개발사업과 동시에 자녀들에게 직업진로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민간 또는 지자체의 자활사업이 병행될 때, 일자리 제공 서비스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범한 고용노동부는 이름의 변화에 걸맞게 일자리 만들기에 두 팔을 걷어 부치고, 고용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서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 황규혁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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