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매미도 더위에 지쳤는지 울음소리가 더욱 길게 늘어진다.
이제 더위가 한 풀 꺾일 때도 되었건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갑자기 숨이 헉헉 막힐 것 같은 일요일 오후, 여름 갈증을 좀 풀려고 아파트 앞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수 하나를 사들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귀여운 꼬마 오누이 남매가 슈퍼 안으로 들어서는데 한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오빠랑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누이는 얼른 보아도 무엇이 그리 기쁜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 세상에 저렇게 흐뭇한 표정이 또 있을까? 바라다보니 그들은 작은 천사들이었다. 오빠의 한 손에는 빳빳한 천원자리 지폐가 들려져 있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누이의 꼬막손이 잡혀 있었다. 아이스크림 박스 앞에서 오빠는 까치발을 뜨고는 아이스크림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하나를 꺼내어 동생의 손에 쥐어주고 이내 똑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다.
나는 계산하는 것도 잊은 채 아름답고 귀여운 장면을 보고 있다가 어린 오빠에게 계산하는 것을 양보했다. 그런데 그 때, "삐이……."
누이동생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오빠가 돈을 내려는 사이 어린 누이가 아이스크림 봉지를 까다가 그만 홀라당 껍질이 벗겨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땅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었다.

아이스크림 사랑

오빠가 사 준 아이스크림을 놓쳤으니 얼마나 슬펐을까? 어린 누이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본 오빠는 잠시 계산하려던 것을 멈추고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얼른 자기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까서 누이동생에게로 다가가 쥐어주었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아이스크림을 주워서 손으로 한번 문지른 다음 입으로 한두 번 핥아 흙먼지를 털고 입으로 넣었다.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해결을 해 준 오빠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 누이동생의 웃음, 아하, 이 세상에 그 무엇이 부러우랴. 오빠는 어린 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또 있을까?

시원한 오후

자기의 아이스크림을 대신 누이동생에게 쥐어주고 자기는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먹은 작은오빠의 사랑이야기가 후덥지근한 오후 내내더위를 잊게 해 준다. 우리도 더욱 사랑하고 양보하고 돌보아주며 살았음 참 좋겠다.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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