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충북도 지사 인터뷰 후기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우택 지사는 시종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경제특별도 건설, 하이닉스 반도체 유치 등 도정 주요 내용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톤이 높아졌다. 구체적인 숫자를 적시해가며 임기 말인 2010년의 충북 미래상을 역설하는 모습에서 도정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정 지사는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시작돼 "스케줄이 빡빡하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40분 정도 지나자 밖에서 쪽지가 전달되기 시작해 다음 일정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 지사의 깊게 쌍꺼풀 진 눈에는 격무에 따른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진한 녹색 싱글 수트에 노랑색, 갈색, 하늘색, 올리브그린 등이 사선으로 배치된 무지개 빛깔의 넥타이를 멋들어지게 맨 정 지사는 패션리더로도 손색이 없었다.

정 지사는 충청일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충청일보는 충청권 신문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서, 2년전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많은 도민들이 애석해했다고 회고했다. 속간됐으니 좋은 신문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정지사의 개인 스토리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의 3분의 2를 도정에 대한 질문·답변으로 마친 뒤엔 인물탐구를 위해 성장과정, 미국유학시절, 가족 등 주변 이야기에 대해 하나하나씩 질문해갔다. 정 지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때로는 파안대소하고, 때로는 골똘히 과거를 회상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정 지사는 만 54세로 농림부장관과 5선 의원을 역임한 고 정운갑씨의 5남2녀중 4남이다. 자신이 송강 정철의 13대 손이라고 소개한 뒤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들의 선영이 진천에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한식과 추석 등 1년에 두 차례는 반드시 고향을 찾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정 지사는 부모로 부터 진천은 나의 뿌리라는 생각을 각인 받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부친은 작고하기 6개월전 미국에 유학중인 자신을 찾아와 "네가 장차 고향 진천을 위해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정지사는 이를 유언으로 삼고 그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지사는 대학(성균관대)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행정고시 합격 후에는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하게 돼 경제학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경제기획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32세 때 부인과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 하와이대학동서문화센터 대학원 과정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 눈 팔지 않고 공부해 3년 2개월 만에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 동료 학생들 집에서 돌아가며 맥주파티가 열려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밤새 어울렸고, 주말엔 테니스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게 즐거운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유학 중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하와이대 시절은 애증이 교차하는 기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부인 이옥배여사(51)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다. 부인은 사촌 여동생의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마침 그날이 크리스마스 날이었다고 한다. 순수하고 밝은 성격이 마음에 들어 초스피드로 혼담을 진행, 만난 지 꼭 3개월째 되는 3월2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연애결혼이냐 중매결혼이냐는 질문에는 "첫 만남 때 양가 가족 대면이 없었으니 중매결혼은 아니고, 그렇다고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것이 연애결혼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애매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지사는 바쁜 공직생활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내와 두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큰 아들 태오씨(27)는 미국에서 바이오 메디칼 공학(醫工學)을 전공 중에 귀국, 군복무를 대신하여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의무 기간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내년에 졸업 예정이다. 둘째 아들 태두씨(25)는 올해 미국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한다고 귀띔해줬다.

정 지사의 열정과 추진력으로 충북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관해 편집국장 leekh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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