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묵서다라니경' 등 제조기록 남아있어

▲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충청일보]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다른 유물과 함께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두루마리가 나왔는데 이것은 석가탑을 창건(740∼742년)할 때 넣은 것으로 닥나무를 원료로 한 종이 제작기술이 이미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통일신라의 한지유물로 무구정광다라니경 외에 화엄사 서오층석탑에서 발견된 백지묵서다라니경(白紙墨書陀羅尼經)을 들 수 있으며, 한지에 대한 기록으로는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新羅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을 들 수 있다. 백지묵서다라니경은 고려시대 이전의 서적이나 기록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신라기의 종이, 글자체, 문자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귀중한 자료다.

통일신라시대 종이제조에 대한 유일한 기록으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을 들 수 있다. 이 화엄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寫經)으로, 신라 경덕왕 13년(754)에 연기법사가 간행을 시작해다음해인 755년에 완성됐다. 이 화엄경에는 사경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19명의 사람에 대해 자세히 적고, 사경 제작방법과 그에 따른 의식절차를 적은 간행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이 화엄경에는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보이는데 '이 화엄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닥나무뿌리에 향수를 뿌리어 생장시키고 그런 다음 닥나무껍질을 벗기고 벗긴 껍질을 다듬으며 백사가 종이를 만든다'는 구절이 보인다. 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화엄경은 닥나무로 만든 종이를 사용했고 종이를 만들 때는 적어도 닥나무를 기르는 사람, 닥나무껍질을 벗기는 사람, 벗긴 껍질을 다듬는 사람, 종이를 만드는 사람 등 4명의 기술자가 동원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닥나무를 사용하여 종이를 만든 것에서 우리 고유한지의 제조과정이 이미 신라시대에 이뤄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닥나무를 사용한 이러한 고유한지의 우수성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두루마리로 발견된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과 화엄사 서오층석탑 백지묵서다라니경(白紙墨書陀羅尼經)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인쇄물의 지질은 닥종이로 자그마치 1300년 남짓 그 형체를 오롯이 유지하고 있다. 이 2점은 통일신라시대의 종이유물로써 우리 고유의 한지가 천 년 이상의 보존 기간을 갖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 윤용현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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