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주말 연수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최근 2박 3일 동안 'me 주말'이라는 일생에 한번뿐인 연수에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1950년대 말 스페인의 칼보 신부가 착안해 비롯됐는데, 당시 문제 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있던 칼보 신부는 대부분의 가정 문제가 불안정한 부부관계로부터 생긴다는 것을 알고, 먼저 28쌍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음으로써 세계 여러나라로 급속히 퍼져 나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7년부터 주로 카돌릭 단체에서 신자 부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 우리 부부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겠다며 me를 다녀오라하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연수가 진행될까 궁금했다.신부님 한분과 지도 부부 세 팀 등이 주제에 따라 프로그램을 이끌어 갔다. 매 주제마다 지도 부부 한 팀과 신부님이 한 조를 이뤄 주제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부부는 서로에게 신부님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쓴 사랑의 편지를 읽어주는 것이다. 아무리 무뚝뚝한 배우자라도 편지를 읽어주다가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도 지난 25년간 혼인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내 생각대로 판단하여잘못한 것이 많아 미안하다고 앞으로 상대를 위하여 모두 갚아 주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me 주말 연수

바꾸어서도 안되고 바꿀 수도 없는 배우자에 대해 최상이라 여기고 몸과 맘을 다 바쳐 사랑하겠다는 결심을 얻는 것이야말로 me주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보물임을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사실 집안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듯 나를 위한 반쪽이 바로 곁에 있는데 그 진가를 모르고 원망하고 원수가 되어 사는 부부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느 덧 프로그램을 거의 마치고 짐을 정리하러 이틀간 둘만의 대화와 사랑의 공간인 139호실 앞에 가보니 초록색 편지 묶음이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바쁜 세상에 누가 편지를 보내주었을까? 편지를 먼저 가슴에 받아 안으니 놀랍고 기뻐서 콩콩 소리가 들린다.살펴보니 먼저 me를 다녀온 선배 부부들이 정성스레 써준 편지였다. 그 중에는 남편의 대자 부부와 조카 내외가 보낸 편지도 끼어 있었다.나는 그 순간이 정말 감격적이었다. 편지 하나하나 고마움을 품으며 열어 내용을 살펴보니 하느님의 초대에 순종하여 me주말에 참여함을 축하한다며 더욱이 우리 내외를 위해 미사 참여와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고리의 편지.나도 뒤이어 me 주말에 참여할 어떤 부부를 위해 편지를 쓰고 기도를 하는 전통을 me는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은 이렇듯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계획과 좋은 일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고리

부모님이 me를 받으면 아이들이 더 행복하여진다고 하니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을 한번 꼭 초대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제 128차 me주말 참여 부부를 위하여 환송, 편지, 기도, 무료로 온 몸을 바쳐 지도해주신 발표 부부, 신부님, 밥해주신 수녀님 등 모든 분들께 사랑을 전하며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쓰자.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 박종순 회남초 교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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