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 같다
극도로 화가 났다거나, 아주 좋아서 펄펄 뛴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형이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상님이 되기를 목빠지게 기다린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농사꾼이 되자 아버지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펄펄 뛰다가 끝내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앓아누웠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가난한 집 여편네 딸 이바지 짐 만지듯
이바지란 결혼 후에 신부가 시댁으로 가져가는 음식이나 예물. 무엇인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것을 두고 빗대는 말.
『여인네들은 반찬을 장만하면서 가난한 집 여편네 딸 이바지짐 만지듯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기숙의 암태도)

나라가 망하면 충신이 욕을 본다
나라가 망하면 아무리 신분이 고귀하더라도 천한 신분으로 변하고 욕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뜻.
『"배운 거는 없지마는 천성이 요조하고" "그렇기 말한께 뭣한 핏줄겉이 들리네. 요조하다!" 눈이 부리부리한 사내가 비꼰다. "씨가 따로 있나? 나라가 망하믄 왕손도 거지가 된단다."』 (박경리의 토지)

다 삭은 울타리 구멍에 노랑개 주둥이 같다
주제넘게 함부로 끼어든다는 뜻으로 빗대어 이르는 말. 『유리라 하는 것은 관장의 이목이니 변동 부부지간이라. 그런고로 유리라 하거늘 대수리 참예하는다. 아삭은 바자 틈에 노란 개 주둥이 같이 말짓이 괴이하고…….』
(고본춘향전)

마당질 뒤의 쌀자루 꼴
어떤 것이 말없이 우두커니 있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그런 마음 같아서는 그들 모두들 개 꾸짖듯 해서 몰아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런 미친 짓까지는 벌릴 수 없는 까닭에 그저 마당질 뒤의 쌀자루처럼 덤덤히 앉아 있는 것으로…….』 (홍석중의 황진이)


정종진 ㆍ 청주대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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