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청주'에 상처

'청주가 교육도시 맞느냐'는 질문에 즉답으로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청주시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사범대학 45개교와 교육대학교 10개교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청주와 인근에 위치한 충북도내 대학들이 중하위권에 그쳤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실시한 2010년 교원양성평가 결과 충북에서는 충북대학교와 교원대학교가 b등급을 받아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명문사학으로 자부하는 청주대학교와 수년간 학내 분규에 휩싸였던 서원대학교는 c등급에 그쳤다. 이들 대학의 사범대는 1년 이내에 자구책을 마련해 재평가를 받지 않으면 입학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교육대학교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청주교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 '교육도시 청주'에 상처

대전·충남지역은 어땠는가. 사범대 평가에서 공주대와 충남대가 a등급, 목원대와 한남대가 b등급을 받았다. 공주교대는 전국 10개 교대 가운데 유일하게 a등급을 받는 등 충북과 대전·충남지역 대학 평가 결과 차이가 극명했다. 이번 평가에서 공주대와 충남대, 공주교대가 a등급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주목 받은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사범대를 전신으로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공주대는 '역시 전통의 명성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충남대 사범대는 설립 1년 만에 a등급을 받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충남대 사범대는 설립 초기에 교원 양성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업기술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충남대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공주대와 공주교대 모두 a등급을 받아 '교육도시 공주'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이다. 반면 공주대처럼 사범대로 출발, 종합대가 된 서원대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학내 분규의 결과로 치부하기에는 참담한 결과가 아닌가. 유구한 역사의 청주대도 이번에 철저하게 평가절하됐다. 이처럼 교원양성대학 평가 결과 충북과 대전·충남지역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교육도시 청주' 위상에 상처를 받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지의 고장 청주'도 흔들리고 있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은 청주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돼 왔다. 그러나 얼마 전 직지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 주조된 것으로 주장되는 금속활자 실물이 공개돼 청주시는 물론 시민들이 진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금속활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공인되면 세계 인쇄술의 역사가 바뀌게 된다.

- '직지의 고장 청주'도 흔들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자신이 공개한 금속활자 12점이 직지 보다 앞선 13세기 고려시대에 제작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라고 주장했다. 이 금속활자가 공인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학계의 교차 연구와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청주시나 시민들로서는 분명 달갑지 않지만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의 반환이나 어딘가에 존재할 지도 모를 또다른 직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활성화되지 않고, 직지를 찍을 때 사용된 흥덕사자(興德寺字)도 발견되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정받아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고, 금속활자와 금속활자본이 다르다는 점에 자위해야만 할까? 어찌됐든 최근 청주시민들의 자긍심 '교육의 도시'이자 '직지의 고장'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청주의 위상 제고를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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