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 재배·관영공방 설치 등 제지업 장려

▲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권제
[충청일보]고려시대에는 현종(1010∼1031) 이후에 대장경 등 큰 인쇄사업이 계속돼 제지업이 매우 활발해 졌다.

예종(1106∼1122)에서 명종(1171∼1197) 때에는 거의 100년간 전국에 닥나무 재배를 권장했으며, 민간 제지업을 적극 장려했음은 물론 관영공방을 두어 종이를 생산하도록 하여 제지업이 크게 발전했다.

고려시대에는 한지유물과 기록이 상당수 보이는데, 먼저 한지유물로는 고려초의 국보 241호인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제249(初雕本大般若波羅蜜多經 卷第二百四十九), 국보 284호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권제162, 170, 463>(初雕本大般若波羅蜜多經<卷第一百六十二, 一百七十, 四百六十三>), 국보 202호로 1098년(숙종 3년)에 간행한 대방광불화엄경 진본 권제37(大方廣佛華嚴經 晋本 卷第三十七), 국보 256호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권제1>(初雕本大方廣佛華嚴經周本<卷第一>) 등과 고려 중기의 것으로 12세기에 간행 된 국보 203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6(大方廣佛華嚴經 周本 卷第六)을 비롯한 고려 중기 이후의 고려 사경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고려 사경 대다수가 닥나무를 재료로 만든 닥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려시대의 한지가 닥나무를 재료로 하고 있으며 종이 만드는 기술이 대단히 뛰어났음을 살펴 볼 수 있다.
고 려시대 한지에 대한 기록으로는 송나라 손목(孫穆)이 지은 '계림지(鷄林志)'와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을 들 수 있다.

먼저 '계림지(鷄林志)'에 '고려의 닥종이(한지)는 윤택이 나고 흰빛이 아름다워서 백추지라 부른다'는 기록에서 고려 제지기술의 발달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권 23. 잡속(雜俗) 2. 토산(土産)에서 '방망이로 두드리고 다듬어서 반들반들하고 매끄러우며, 종이의 질에는 고하 몇 등급이 있다'고 한 내용에서 한지 제조 후 마무리 과정으로 방망이질을 하여 종이의 질을 치밀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려때 관제(官制) 가운데 장흥고(長興庫)라는 것이 있으며,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이 장흥고는 돗자리와 유둔지(油芚紙) 등을 맡아보는 관공서로, 유둔지는 군인들이 싸움터에서 천막치는 재료가 됐다.

이렇듯 고려시대의 한지 제작기술에서는 마무리인 방망이질(다듬이질, 도침질)로 종이의 치밀성과 평활도(平滑度)를 높였음을 살펴 볼 수 있다.

건조된 종이를 전통방식으로 다듬이질을 하면, 종이 조직이 치밀해지고 평활도가 향상돼 윤이 나며, 촉감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려에서는 이러한 마무리 기술을 통해 질 좋은 한지를 개발할 수 있었다.

▲ 윤용현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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