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당원의 따끔한 충고

2010년 9월 13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실이 모처럼 북적거렸다.

지난 6·2 지방선거와 7·28 충주시 보궐선거 후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없었던 기자실에 10여 명의 정치인이 방문한 것이다.

박덕영 전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장의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출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낯익은 몇몇 민주당 인사가 동석했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박학래 전 충북도의원이었다.

고령의 박 전 도의원은 민주당의 산증인이다. 이제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할 정도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열정만큼은 박 전 도의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老 당원의 따끔한 충고

박 전 도의원은 몇일전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직접 통화가 아닌 제3자 전언 형식으로 진행된 통화에서 박 전 도의원은 "민주당 충북도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당원이 중심이 되는 민주적 정당이어야 하는데 국회의원 등 선출직 위주로 당이 운영되면서 당원들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서도 박 전 도의원은 "민주당 충북도당 개혁을 위해 내가 도당위원장 출마를 결심했었다"며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충북도당 개혁의 적임자가 있기 때문에 박덕영 전 한농연 회장을 지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무엇이 박 전 도의원을 이처럼 걱정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날 박덕영 전 한농연 회장은 도당위원장 출마의 변을 통해 "국회의원과 선출직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대사를 처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그리고 도당은 열정과 희생정신을 지난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선출직을 대신해 전문경영인이 도당위원장을 맡아 '역할분담'을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지적은 민주당 내부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일반 당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충북도당 역할 의구심

총 8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2명과 자유선진당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또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청원군수, 충주시장, 진천군수, 증평군수 등 12개 시·군 5명의 기초단체장을 보유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청원군의회 등 상당수 광역·기초의회까지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민선 5기가 출범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각 자치단체마다 행정혼선은 기본이고, 충북 전체의 현안사업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청원군 강내·부용면 11개리의 세종시 편입과 관련된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7월 22일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 후 민주당은 '법적지위'와 '관할구역' 모두를 반대했다. 무력으로 전체회의까지 봉쇄했었다.

당시 민주당은 '완벽한 광역단체' 및 '관할구역 주민투표로 결정' 등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최근 당 일각에서 '원안취지를 위해 청원군 일부를 편입시켜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충북도당은 교통정리를 하지 못했다. 도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이제라도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民心)과 사랑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시시각각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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