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와 같이 홍콩에도 어김없이 추석이 왔다. 홍콩에서는 올해 음력 8월 16일 양력9월 23일에 중추절(中秋節, mid autumn festival)로 큰 잔치의 한 주를 맞이하였다. 거리를 다니는 곳곳마다 월병과 등불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중추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바쁜 일상에서도 우리에게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중추절은 홍콩에서 음력 설(구정) 다음으로 중요한 명절로 여겨지는데 달을 숭배하는 사상에서 유래된 명절이다. 중추절에 달은 가장 둥글고 밝아서 호황과 넉넉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보름달을 상징하는 월병을 먹는데, 그 종류만도 여러 가지다. 보통은 소금에 절인 계란 노른자, 흰 연밥, 그리고 붉은 연밥을 바탕으로 만들고 있으나, 최근에는 좀 더 현대적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초콜릿이나 복숭아와 사과 같은 과일 맛 등 무수히 많은 종류들이 있다. 이 곳 뉴스에서는 연이어 중추절로 인해 물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명절 과일바구니와 월병은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추절에 빼 놓을 수 없는 전통 중 하나는 중국고유의 용춤이다. 예로부터 용은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물의 신으로 여겨져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숭배되어 왔다. 3일 동안 타이행 (tai hang) 과 코즈웨이베이 (causeway bay)에서 70미터가 넘는 용들이 춤을 추며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 이 시간만은 모든 거리를 막고 차량 통행 금지조치가 내려진다.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몇 주 전 주말부터는 공원이나 공공장소에서 용춤을 연습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용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 연령층도 다양하다. 홍콩사람들이 말하기를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나 풍습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기가 힘들다고 하나, 여기에서 용춤을 보면 그 말이 항상 옳지는 않은 듯싶다.

또한 거리, 쇼핑몰, 아파트 등지에서는 화려한 장식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맞이한다.붉은색이 악귀를 쫓고 복을 가져온다는 중국 고유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곳곳에 붉은 색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아파트 문 앞도 복(福)자 또는 달을 연상시키는 장식고리를 걸어놓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공원이나 길거리에 등불을 가지고 나와 달을 보고 걸으면서 산책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추절에는 가족들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뜻 깊지 않은가 싶다. 특히 올해는 홍콩에서는 목요일 하루만 쉬었기 때문에 가족 친지들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쉬운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뉴스를 보면 한국에서는 올해 추석 연휴가 길어 대부분 여유 있게 고향으로 내려가서 한가위를 보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홍콩에서는 중추절 휴가가 단 하루였다. 비록 타지에서 보내는 추석이었으나 마음만은 한국에서 추석을 보낸 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우리 명절의 고유한 전통과 유래를 되새겨보면서 홍콩의 색다른 추석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뉴스를 통해 추석 하루 전 날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기상 관측 사상 100 여 년 만에 기록적인 집중 폭우가 내려 비 피해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이제 중추절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차분히 돌아와 10월을 맞이하는 지금, 글로벌 한 이 세계는 여전히 바쁘게 정신 없이 움직인다.

▲ 이준영 모건스탠리 홍콩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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