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집안 일로 홀로 어느 지방에서 1년 6개월을 지낸 적 있다. 가족들을 떠난 혼자의 삶은 생각보다 편치 않았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그곳에서의 나의 삶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 처음 그곳에 이사해 낯가림이 심한 탓에 선뜻 이웃과 사귀지도 못하여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그 당시 넓디넓은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는 하루하루는 고독과의 사투란 말이 적합할 만큼 견디기 어려웠었다. 아마도 사람들은 외로움을 못 견뎌 집단이나 파벌에 속하길 원하는가보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홀로 고독과 맞서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을 성 싶다. 혼자 지내다보니 그만큼 가사 노동도 줄어들어 시간의 여유가 많았다. 가족들과 함께 지낼 때 비해 자연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 교육 사업을 하느라 별보고 나갔다 별보고 들어가는 생활이 태반이었다. 이땐 옆도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며 치달았었다. 하지만 객지에서의 삶은 이러한 시간을 한 걸음 벗어나 모처럼 나만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 이런 삶에 젖다보니 어느 땐 나만 세상에서 소외된듯하여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었다. 현대는 말 그대로 분, 초를 다투며 변화하고 있잖은가. 한 때는 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왠지 낙오가 된 기분마저 든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급변하는 세상 변화의 물결에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일일까. 너무 너 나 없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태세로 종종걸음 치며 삶을 사는 듯하여 때론 느긋한 마음으로 느릿느릿 생의 걸음걸이를 취하고 싶다.

항간에 벌어지는 모 정치인의 높은 자리(?) 등극을 놓고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토하는 청문회만 봐도 그렇다. 이것을 보더라도 무엇이든 너무 성급히 과욕을 부리면 그 자리에 아니 오니만 못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자리에 선 후보자들의 마음자락을 들춰보니 한결같이 흠집투성이고 허물이 너무나 많았다. 더구나 청렴해야할 공직자여서 더더욱 그러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정치인들의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은 그것을 한 치도 비켜가지 않았다. 이에 진땀을 흘리는 몇 몇 고위직 후보자들을 지켜보며 이젠 예전처럼 도덕성 결여, 됨됨이가 부족해도 그냥 구렁이 담 넘듯 슬쩍 넘어가던 시대는 지났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의 정치는 발붙이지 못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국민들의 도덕성 해이도 사회 지도자층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언행이 본보기가 된 거나 다름없다면 너무 지나칠까? 지난날 정치인들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당리당락에 이끌려 철새처럼 당을 옮기기 예사였고 일단 정치판에 붙고나보자는 식으로 빈말을 공약으로 내세우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정(情)과 의 (義)를 저버리기 일쑤고 그에 따른 약속 따윈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병폐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다. 피땀 흘려 기울인 노력의 과정을 중시하기보다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결과만 논하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이런 세태다 보니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 돼버렸다. 이게 사회의 모범이 될법한 정치인들한테 우리가 체득한 삶의 한 수요, 기술인 것을 그들은 기억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에 길들여져 있다하여도 어찌 진실에 눈 어두우랴. 이젠 우리 민초들은 다 안다.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가를. 정치인들이 아니어도 삶 속에서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인상을 주는 무리들은 보기에도 추하다. 끼리끼리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라지만 올바른 울타리가 더 많은 것을 품는다는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벌이는 소인배(小人輩)들의 작태이다.

이젠 기업이든 정치든 인간문제를 원활히 다루고 이에 대한 원형 복구의 노력을 기울일 때 성공이 찾아오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본질이 애초 우리가 태어날 때 지닌 동심이고 옳은 뜻을 세운 후 그것을 지키는 항심임도 잊지 말아야 하리라. 하여 작금에 청문회에서 맡게 되는 부패의 악취보다 정치인 누구나 그 자리에 서면 고고한 도덕적 향기와 인간적인 땀 냄새가 물씬 풍겼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존경심을 절로 일게 하는 고결한 모습의 정치인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금상첨화이리라.

▲ 김혜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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