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
★★★, ♡♡.
이것은 수업이 끝나면 나에게로 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가던 경아가 어느 날 책상위에 놓고 간 편지 겉봉투에 그려진 암호 같은 글씨다. 글씨를 잘 못 읽는 경아가그려 놓은 그 ★★★, ♡♡를 나는 경아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로 이해했고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는 물어 보지 않았다. 구구단도 못 외우던 초등학교 5학년 경아.
늘 외톨이던 경아는 말없이 배시시 웃는 얼굴의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할머니와 오빠, 세 식구가 사는데 수업이 끝나면 늘 교장실에 들러서 가는 게 일과가 되었다.
경아와 내가 주로 하던 이야기이다.
"경아야, 다른 남자, 아니 잘 모르는 사람이 맛있는 것 사준다고 어디로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 돼?"
"가면 안 돼요. 저도 알아요."
"그래, 어떻게 알았어?"
"우리 선생님이 이야기 해 주셨어요."
"그래, 그래. 가면 큰 일 난다. 혹시 너를 끌고 가서 해칠지도 몰라. tv에서도 봤지?"
-믿을 수 없는 일
나는 아무래도 얼굴이 예쁘장한 경아가 불안하여 머리에 박히도록 수없이 일러주었다. 그런 후, 이제는 적어도 오빠가 아닌 다른 남자는 따라가지 않을 거라 안심을 하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2년 전 그곳을 떠나 왔다. 늘 경아 생각이 났지만 몇 번의 전화를 주고받았을 뿐, 경아는 중학교로 진학을 하였다. 그러던 지난 여름방학, 며칠 서울을 다녀왔다. 그 사이 경아 이야기가 tv에 나오고 야단이 난 모양이었다. 버스를 놓쳐 주차장에 앉아있던 경아를 어느 빨간 오토바이를 탄 50대의 남자가 태워 갔는데 마침 경아를 돌보아주던 목사님이 경아를 찾아보니 없어서 경찰에 신고를 하여 22시간 동안 감금되어있던 경아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 뒤, 경아는 기관으로 옮겨졌고 지금 그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
한동안 무엇에 얻어맞은 듯 머리가 띵해 왔다. 목마른 식물에게 위에만 물을 조금 주면 뿌리는 서서히 말라 죽어가듯, 지식만 전달해 놓고 마치 튼튼한 뿌리를 내린 것으로 착각을 하며"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잘못 임을 이제와 후회한다. 떠나오면서 그 누구에게라도 경아를 인도 했어야 했는데…….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다고 했던가!
"교육이란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란 마크웨인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깊게 뿌리를 내린 식물은 쉽게 죽지 않는 것처럼 뿌리를 내리는 교육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경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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