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드러내지 않는 공무원

이시종 충북지사를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정을 챙기고, 심지어 휴가와 휴일까지 반납을 하고 도정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평가일지 모른다. 어떤 측면에서는 실·국장은 물론이고, 6급과 7급 공무원이 챙길 수 있는 업무까지 챙기는 꼼꼼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민선 5기 충북도정은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사의 노력만 놓고 볼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빛을 봐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충북도청 안팎에서 이를 심도깊게 분석해보고 있지만, 그 누구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속내 드러내지 않는 공무원

우선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공조직에서 수십년을 근무한 공무원들의 경우 나름의 노하우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실력을 갖춘 공무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사의 지나친 '꼼꼼함'이 어느 정도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무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숨을 쉴 수 있어야 움직이며, 움직여야 도정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은 없다.

영혼이 없는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 지사는 이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이 속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굿판'을 벌려줘야 한다. 그리고 사조직을 최소화 해야 한다. 아예 없애야 한다는 야박한 얘기는 아니다.

수십년을 행정 관료로, 또는 유력 정치인으로 살아온 이 지사 입장에서 볼 때 버릴 수 있는게 있고, 버릴 수 없는게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지사는 선거캠프 관계자 중 극소수를 특채했다. 백상진 대외협력관과 김문종 정책보좌관, 박종천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등이다.

-관품 무시한 월권 횡행

이들은 5급 전문계약직과 5급 시간제 계약직, 4급 등으로 도청 또는 도 산하기관에 입성했다.

이들의 특채에 대해 지역사회 일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충북도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부 특채 공무원들의 '월권(越權)'은 심각한 상황이다.

3급 이상 실·국장 간부회의에 참석하고, 공식·비공식 만남을 통해 공직사회 관품(官品)을 뛰어넘는 발언과 행동이 수시로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지사 보고에 앞서 사전에 특정 보좌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조직은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지사를 돕는 것도 아닐 것이다. 충북도청의 역동성도 불러올 수 없는 것은 더욱 심각한 현상이다.

이 지사는 서둘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출범 초기 믿을 만한 공무원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조직을 우선하고, 특채 공무원은 공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어야 하며, 조직의 일원으로 월권을 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역할분담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야권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국무총리 위에 군림하는 등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을 수시로 쏟아내고 있다. 충북도는 반드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 김동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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