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박광호·편집부국장
&amp;amp;amp;quot;선생님! 일류대학 졸업해서 행복해요?&amp;amp;amp;quot; &amp;amp;amp;quot;아니, 그렇지만 살아가는데 도움은 돼더라&amp;amp;amp;quot;.
지난주까지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에 나왔던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다. 이 드라마는 자식을 일류대학에 보내려고 모든 걸 '올인'(다걸기)하는 엄마,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서울 강남 엄마들의 극성을 약간의 코믹스러움을 가미해 실감나게 묘사하며 시청자를 모았었다.
결말은 다분히 교과서적으로 끝났지만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곳곳에서 명문대, 일류대에 들어갈려고 용 쓰는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했었다.
대학 동문회에서 거나하게 취했을 때 곧잘 듣는 것 중 하나가 &amp;amp;amp;quot;국적(國籍)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學籍)은 못바꾼다&amp;amp;amp;quot;는 말이다. 그만큼 학연(學緣)이라는 게 좋게 보면 끈끈한 것이고, 달리 보면 그것처럼 사람을 옭아매는 게 없다는 것과 진배없다.
지금 온 나라가 '가짜 학력' 파동으로 시끌벅적하다. 유명 대학 교수에서 촉발되더니 연예인으로 번지고, 급기야 학벌과는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스님도 속였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하루 자고 나면 이 사람, 저 사람 학력 갖고 입줄에 오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름깨나 날리는 사람치고 진짜 학력이 어디까지인 지 조차 궁금해질 정도가 됐다.
유명인의 학력이 관심을 끌다보니 이제는 대학 교수나 학자처럼 학력 검증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그저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면 학력 조사하는 게 통과의례처럼 돼버렸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까지 빠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마디로 '학력 프리미엄' 즉, 학력만 좋으면 모든 게 잘 풀리는 우리의 '학력 공화국'세태 때문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 중 일류대를 나온 여자 탤런트 k가 있다.
얼굴도 예쁘고 생김생김새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 할 타입이라고 한다. 물론 연기를 잘해서 인기를 끄는 것이겠지만 아마 일류대 출신이라는 것도 한 몫 할 거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시샘 어린 분석이다.
역시 일류대 출신으로 우리나라가 민주화 역정을 걸을 때 시운을 잘못 만나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그곳에서 택시운전사라는 독특한 인생 행로를 걸은 h씨가 있다.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신문사 논설위원도 하더니 최근에는 학벌 철폐를 위한 시민운동 대표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주위에서 &amp;amp;amp;quot;일류대 출신이 학벌 없애자고 하니까 먹히지, 사회에서 별 볼일 없는 학교 나온 사람이 저런 운동을 한다면 호응을 얻겠느냐&amp;amp;amp;quot;는 자조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학력처럼 그 사람을 포장해주는 게 없다. 겉으로는 시원찮아 보이는 사람도 일류대 출신이라고 하면 다시 보게 되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 경향이다.
일류대 나온 사람이 특이한 언행을 하면 독특한 거고, 3류 대학 나온 사람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저 사람 왜 저래?&amp;amp;amp;quot;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우리 팀이 태클을 걸면 '과감'한 거고, 상대편이 하면 '과격'하다며 침 튀기는 애국심 어린 축구광과 같다.
이런 세상 이치를 알다보니 부모마다 제 자식 일류대 못보내서 안달이고, 너도나도 가짜 학력의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여기에 일류대들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같은 동기들 사이에서 &amp;amp;amp;quot;저 사람은 우리하고 학교 같이 안 다녔어&amp;amp;amp;quot;라는 말이 나도는데도 유명인들이 자기 학교 나왔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걸 용인하는 느낌이다. 아예 저절로 학교 알리기가 되는데 무엇하러 막느냐는 인상이다.
이런 와중에 그래도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 나가는 건 대부분의 비일류대 출신인 것 같다. 어느 굴지의 기업그룹 총수가 했던 &amp;amp;amp;quot;똑똑한 인재 몇 사람이 나머지 사람을 먹여 살린다&amp;amp;amp;quot;는 말이 있듯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건 소수의 일류대 출신일지 몰라도 지탱 해나가는 건 대다수의 비일류대 출신들이다.
찜통 더위 속에서 지금도 일류대에 가기 위해 엉덩이에 땀띠 나게 책과 씨름하고 있는 수험생과 그들을 안쓰러워하며 지켜보는 학부모들이 이를 알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박광호&amp;amp;amp;middot;편집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