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경상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에서 워크숍이 있었다. 수업공개 활성화를 위한 수업컨설팅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과 주제강연을 하였고 교과별로 장소를 바꾸어 심층토론도 하였다. 수업전문성을 신장하는 장학은 지도가 아니라 수평적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협의가 되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워크숍을 마치고 성철스님의 생가인 겁외사와 남명조식선생의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이 모두 지리산의 자락이다. 천지가 꽃자수와 같은 이 가을에 지리산을 어찌 그냥 두고 올 수 있으랴.

나무마다 홍엽을 가분하게 매단 대원사 계곡은 아름답기가 깊은 오수에 빠진 듯 알겯는 둥지와 같이 아늑하였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은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감내한 환희였다. 오랜 기다림이 여물어 낸 빛의 향연이었다. 조급하지 않고 기다렸으니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푸른 즙액이 흩어진 계곡물의 흐름 또한 낭송되는 시의 구절구절이었다.

계곡물이 더울 푸르러져서 홍엽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홍엽이 아름답게 자지러지니 계곡물도 한층 더 푸르러진다. 조화와 희생과 어울림의 극치다. 기다림과 인내와 희생이 여물어낸 황홀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학생의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상담을 하거나 지도를 할 때는 기다려라. 하고픈 말을 참고 질문을 하여 학생의 대답을 기다려라. 학생에게 말의 우선권을 모두 주어라. 그러면 닫혔던 말문이 열린다. 또 말을 기다리며 인내하며 질문을 하면 학생은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제 입으로 진단한다. 학생의 말을 들어주며 추임새를 넣으면 학생은 문제의 해결방안까지 스스로 말하게 된다. 주제강연 중에 경북대학교 교수가 던진 말이다.

다급하고 성급한 자세로 학생의 말문을 막고 내 생각과 입장을 강요하는 것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의 오류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학생에게 나를 닮으라며 나의 방식과 생각을 주입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인간성을 내 방식으로 개조하려 성급한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다림과 인내와 희생이 여물어 낸 지리산 대원사 계곡의 장관을 바라보는 가슴으로 계곡물의 짙푸른 물이 적셔진다.

▲ 김창식 충대부설중교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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