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연중 캠페인

한범덕 행정자치부 제2차관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다 보니 '업무가 무한대'라는 푸념 아닌 푸념인 셈이다. 새벽 3-4시에도 보고가 올라온다니 그럴 만도 하다. 한 차관은 "바쁘다 보니 고향에 자주 가고 싶어도 좀체 틈이 나질 않는다"며 충북대 재학 중인 딸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비록 몸은 나와 있지만 고향 사랑은 한결같다"며 '고향 사랑'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충청일보가 '지역 인재 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역 인재 육성에 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지역발전이 나라발전입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충청일보에서 벌이는 지역 인재 사랑운동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훌륭한 공익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언론기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큰 성과를 거두길 빌겠습니다."

-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나름의 복안이 있다면.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모든 분야의 유망한 인재를 발굴,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인재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필요로 하는 곳에 지역 인재를 추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으로 도와 시·군이 가교 역할을 맡아 서울 뿐 아니라 각 지역, 나아가 재외 인사들까지 하나로 모으는, 네트워킹화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는 지역화합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전남 신안군의 경우 인구가 5만 명인데 출향인사는 50만 명이라고 합니다. 우리 충북의 출향인사도 300만 명은 될 겁니다. 이들 모두를 끌어안아 고향의 인재 발굴사업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록 고향은 떠났지만 이들은 늘 고향에서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람된 일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럴려면 우선 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출향인사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활성화가 미흡한 상태여서 안타깝습니다."

- 충청권 출신들이 고위 공직에서는 홀대를 받고 있다고들 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충북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세계 속의 우리나라, 우리나라 속의 충북은 규모면에서 비슷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실력은 앞서 있지 않습니까.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자리는 적을지 몰라도 실력으로 가능한 자리에는 많다고 봅니다.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죠. 역시 인재 육성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온 것도 고향 선후배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 충청권 상생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하신다면.

"참여정부는 정책 측면에서 두 가지 큰일을 해냈습니다. 분권과 신행정수도 및 혁신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지역균형발전 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충청권이 지역균형발전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지역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즉 충청권만 잘 산다는 생각을 버리고 충청권 상생이 바로 전체 지역 균형발전의 기폭제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나타나는 충청권의 이견은 좀 걱정스럽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맞는 방향인지 따져봐야 할 겁니다. 행정수도 위헌 결정시 충북도민들이 100원짜리 동전 걷기 운동을 벌여 6000만원을 모았습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세종시법 잘해주었으면 좋겠는데..."

- 공직에서 물러나시면 정계에 복귀하실 생각이신지요

"복귀해야죠. 저를 믿고 지지해 준 사람들의 뜻을 버릴 수 없지요. 정치란 발 담글 때는 자의일지 모르지만 발을 뺄 때는 그렇게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그동안 쌓은 경험을 (지역발전이나 나라 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할 겁니다.

- 정우택 충북지사와는 행정고시 동기(22회)이며 절친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선 경쟁자이기도 했구요. 현재 충북도의 행정력을 평가하신다면.

"정 지사가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특별도 선언 등 첨단 하이테크산업 육성 노력이 눈에 보입니다. 저는 바이오쪽 입니다만. 특히 강소도(强小道)에 공감합니다. 누구나 보는 눈은 비슷하고 봅니다. 다만 아직 체감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긴 합니다."

- 행자부에서 주관하는 혁신운동은 지금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혁신운동은 이제 정점에 이르러 정착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를 영속화하도록, 저절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잘 된 분야를 벤치마킹해서 미흡한 부분에 컨설팅을 해주는 등 널리 전파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는 가을께 성과보고회를 열어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을 계획입니다."

한 차관은 인터뷰 말미 고향의 후배들에게 "지역 발전, 나라발전의 희망을 갖고 넓게 멀리 그리고 길게 보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기를" 당부했다.

서울=어경선 기자/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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