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도 짠다?

청주시가 내년도 초긴축 예산 편성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100억원으로 예상됐던 이자 수입이 예산 조기 집행으로 인해 10억원에 불과했고, 일반회계에서만 세입이 538억원이나 감소한 반면 국·도비 보조사업은 303억원이나 늘어 자체 사업을 1010억원이나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각종 수당과 식사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연가보상비를 10일에서 5일로, 급량비도 5억3500만원에서 4억원이 줄어든 1억3500만원만 편성했다. 시의회도 동참하고 있다. 의정신문과 예산서를 발행을 줄이고, 의원들 재량 사업비도 삭감 계획에 있는 등 '마른 수건 짜기'에 여념이 없다.

- 마른 수건도 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주시와 청원군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체육대회를 갖고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3일 청원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소통과 화합을 위한 청원군·청주시 공무원 한마음 체육대회'. 양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소통과 화합을 통해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생 발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명분으로 마련된 행사다. 양 시·군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체육대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데도 의미를 뒀다. 지역과 소속을 잊은 공무원들이 단체 달리기와 나막신 경기, 제기차기, 줄다리기 등 다양한 경기를 즐기면서 그동안 쌓였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의 시간를 가지며 통합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지는 의지도 다지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시와 군은 이를 계기로 실무진 간 업무 교류의 폭을 넓히는 등 상호 현안 사업에 협력하고, 민간 단체 교류도 활성화시켜 통합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날 하루에 투입된 예산이 7000만원이나 된다는 데 있다. 대회를 위해 주관한 청주시가 5000만원을 냈고, 청원군이 2000만원을 보탰다. 행사에 앞서 각 부서와 산하 기관에 시달된 체육대회 관련 공문이 19쪽이나 될 정도였으니 규모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이 예산은 공무원들이 먹고, 마시고, 경품과 상금(쌀)을 받고, 운동복 입고, 행사장을 마련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됐다. 거금을 들인 이 체육대회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다. 행사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인구주택총조사가 15일로 마감되면서 일부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조사원들과 함께 마무리를 위해 참가조차 못했고, 개인적인 사정에도 직장 눈치를 보느라 행사 내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는 데 당초 의도대로 소통과 화합을 이뤘는 지 궁금하다. 하루 반나절 함께 뛰고 놀았다고 화해가 되고, 소통이 될지도 의문이다.

- 어떤 명분도 이해 안돼

배춧값이 올라 매년 복지시설과 혼자사는 노인 등에 통과의례처럼 전달되던 김장김치도 올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인해 겨울철 냉기를 면하게 할 수 있는 연탄 선물도 썰렁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 간 '소통과 화해'를 명분으로 7000만원이나 들여 체육대회를 열었다면 누가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겠는가. 차라리 그 예산으로 연탄을 구입해 시·군공무원들이 함께 얼굴에 연탄재를 뭍힌 채 긴 겨우살이가 큰 걱정인 가정에 배달했으면 더욱 의미 있는 소통과 화해의 계기가 되지 않았겠는가.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갖다 붙여도 이날 체육대회를 이해할 수 있는 양 지역 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생각은 해 봤는지 궁금하다. 야근하는 직원들의 식사비를 줄이려 하지 말고 이 같은 전시성 행사부터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긴축 예산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호들갑일 뿐이다.

▲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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