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누구나 콤플렉스는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미를 자랑하는 여인이든, 정상의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이든 예외 없이 정신적인 또는 신체적인 크고 작은 콤플렉스를 갖고 산다.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은 콤플렉스를 복잡하게 얽힌 마음이나 무의식중에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했다. 학문적으로는 도덕· 윤리· 양심이 허용하지 않는 내용을 억눌러 생긴 억압적인 감정의 복합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아가 이성 부모에게 느끼며 평생 성애의 기초가 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도 인간의 심리적인 원형인 것이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콤플렉스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인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들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과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상생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지금 교육계와 문화예술분야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도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같은 신체적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방끈'이 짧아 마음고생 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학력과 경력 등을 과대포장 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한다.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좋은 환경과 더 멋진 직업을 얻기 위해, 그리고 무한경쟁 사회의 우위를 확보하고 사람대접 제대로 받고 싶은 마음에서 학력을 위조하는 것이다.

지면을 통해 고백하지만 내게도 심각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가방끈 짧은 시골 촌놈이 세상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고 싶지만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지방학교를 졸업하면서 중앙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선배와 동료 기자들이 기라성 같은 서울의 유명대학 출신이다. 내가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내면 천운이고, 낙종을 하거나 기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삼류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외국에서 유학해 학력을 새롭게 포장하고 싶다는 유혹을 갖기도 했다.

물론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환경을 찾아 공부하고 학위를 받는 등 나름대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지방학교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다. 아니, 지우개로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하지만 적어도 학력문제 만큼은 너무 자학하지 말자. 초라한 학력을 속이고 새로운 권력이나 권위를 확보한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사기행각이다.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학력위조 사기범이 판을 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우리 사회가 마치 가면이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철저히 이중적인 양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닌지 서글프다.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가 변화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 즉 일신우일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또 하나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학력이 아닌 능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풍토를 만들고, 창의적인 열정과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독특하고 경쟁력 높은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과 기업체에만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등 사람에게도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인 사회를 만들자.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지 않는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개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우선시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보자. 위기를 기회로 삼고,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며, 콤플렉스를 새로운 자산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변광섭(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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