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백승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 간 전쟁의 승패는 무력 충돌에 앞서 정보전에서 판가름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국의 정세를 정확히 꿰뚫어 적의 힘을 분산시키고 약점을 들이치면 반드시 승리한다. 적의 형편을 자세히 알고 나의 힘을 알면 백전백승 한다는 손자의 병법은 그래서 나왔다. 중국 역사를 통틀어 대표적인 명재상이자 탁월한 지략가인 촉나라 제갈공명은 '반간계'를 활용한 정보전으로, 위나라 황제 조예로 하여금 자기 장수 사마의를 무장해제 시키도록 한 후 북벌을 단행했다. 그는 또 적벽대전에서 오나라 장수 주유가 불 공격으로 위나라 조조 군대을 대파토록 하는데도 계절풍(동남풍)을 활용하는 정보력을 발휘했다. 세월을 건너 뛰어 1949년, 중국 대륙의 코앞에위치한 금문도를 점령하기위해 중국군은 거의 오합지졸인 장제스 국민당 군대 4만 명의 절반인2만 명을 투입, 3일 간 상륙전을 감행했으나 약 3천 명이 전사하고 7천여 명이 포로로 잡히는 등 참패했다. 중국 해방군은 국민당 군대의 해군력과 공군력에 관한 정보를 무시한데다 상대측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결사항전 태세의 국민당 군을 얕잡아 보다 패배를 당한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금문도를 호시탐탐 노려오던 중국군은 1958년 8월23일 또다시 군사작전을 펼쳐 10월5일까지 44일 간 47만 발을 포격했으나, 대만군의 처절한 항전과 반격, 그리고 요새화된 지형 앞에 중국군의 금문도 점령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국가. 군부 지도부의 정보 경시나 오판은 반드시 재앙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전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제1차 중동 전쟁(팔레스타인 전쟁 또는 이스라엘 독립전쟁). 제2차 중동 전쟁(수에즈 전쟁. 시나이전쟁). 제3차 중동 전쟁(6일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한 이스라엘이 제4차 중동 전쟁(1973년10월6일: 라마단 전쟁. 10월 전쟁. 속죄의 날 전쟁)에서는 승리는 했으나 피해도 컸다. 이집트군의 반복되는 기동훈련. 이집트 최고사령부의 라마단 금식 중단 지시. 이집트와 시리아 거주 소련 군사고문단의 가족 철수. 개전 전야에 감청된 이집트-시리아 양 전선에서의 기습 정보 등을 이스라엘은 입수 했다. 그러나 골다 메이어 수상과 엘라자르 참모총장 등 이스라엘 지휘부는 이런 정보를 전쟁 임박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모사드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 징후는 아니라는 군정보기관의 오판을 믿었다가 고전했다. 이스라엘은 비록 승리는 했지만 2500명이 전사하고 7500명이 부상하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고, 결국 외교전선에서 수세에 몰려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해야 했다..

-정보 오판은 재앙 부른다

우리 한민족 동족상쟁의 비극인 6.25동란에서도 우리 국군정보부대는 북한의 남침을 예측 했지만 이승만 정부와 육군본부는 정상 판단을 하지 못 했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 사태에서도 과연 군이 사전에 제대로 정보 판단을 하고 있었느냐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없지 않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의원은 지난 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몇 달 전 부터 북한의 도발 예고가 수차례 있었고, 김정일 부자의 동향체크까지 됐었다면 국지전 가능성은 예견돼 있었던 것"이라면서 "위성장비. 대북첩보망을 갖고도 대비하지 못한 것은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안보 관계기관의 정보력 부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국방부의 대북정보 능력의 약화 및 부재를 비판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북정보 능력의 배양과 정보의 정확한 판단은 안보태세의 확립에 있어 핵심적 요소다. 아무리 무기를 보강하고 임전태세를 강조해도 대북정보전에서 정보 수집과 판단. 실행의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또 일을 당할 수 있다. 우리군은 연평도 포격사태와 관련, 우선 정보전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뼈를 깎는 반성의 자세로 분발하기 바란다.

/김춘길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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