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매를 자청 한다

사람의 혀는 대개 길이 10cm 무게 57g에 불과하다. 그러나 혀에 말이 실리면 만리장성의 길이와 천금보다 더 무거울 수 있다. 이 혀는 부드러워 백세가 되어도 원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딱딱한 치아는 고령이 되면 거의 망가지는 게 상예다. 그래서 혀는 말을 내놓을 때 조심하고, 부드러움을 유지해야 온전하다. 그래서 예부터 늘 혀 놀림. 말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 성장했다. 유태인들은 자식들에게 "네 입 안의 말은 너의 노예지만, 그것이 입 밖에 나오면 너의 주인이 된다"고 가르쳤다. 공자는 "말 한 마디 잘못으로 평생 쌓은 덕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며,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경구도 있다. 베트남 속담은 "칼에는 두 개의 칼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칼날이 있다"고 가르친다. 기독교 성경의 솔로몬 잠언 중에는 말조심 경구가 많다.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10:11). 의인의 입술은 기쁘게 할 것을 알거늘, 악인의 입은 패역을 말하느니라(10:32). 미련한 자는 교만하여 입으로 매를 자청하고, 지혜로운 자의 입술은 자기를 보전한다(14:3)"

혀를 놀려 나오는 말은 화를 자초하거나 복을 부르기도 한다. 우리민족의 격언은 "천 냥 빚도 말로 갚는다"고 했다. 말이 개인이나 가정, 나아가서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를 알고도 남을 사회지도층인 공직 인사들이 혀를 잘못 놀려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특히 민선에 의해 벼락감투를 쓰게 된 의원들 중에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의 대표적 예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전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다. 보도(중앙일보 7월20일) 에 의하면 그는 아나운서를 지양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단다. 이에 대해 아나운서들과 여성계는 들고 일어나 '성희롱이자 직업 모독'이라며 강 의원을 계속하여 성토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이에 질세라'설화자'가 나와 지역 정가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청주시 의회 김영근 의원은 청주시 행정사무 감사 과정에서 흥덕구 운천동 인공폭포 사업건과 관련,"여자도 10년을 데리고 살면 지겨운데, 새로운 모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발언을 했다. 여성비하 발언이라며 여성계가 분노하자 김 의원은 허둥지둥 사과했지만, 국회 강용석 의원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충북도 의회 이광희 의원의 '학교운영위원회 거수기' 발언도 공명심에 취해 구설수를 자초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청주지역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전체 안건 1307건 중 96.3%인 1258건을 원안대로 처리했다하여 학운위를 거수기로 비난한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설령 그의 본심이 학운위의 분발을 촉구하는데 있었다 해도 말을 가려서 해야 했다. 청주시 의회 김영근 의원이나 도의회 이광희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지천명 직전의 40대 후반이다. 충북 지자체에서는 다수당인 처지라 더욱 겸손해야 하고 이제 세상사의 이치를 알만한 연륜이라 상대방을 고려하면서 말을 해야 할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그런데도 말을 거칠게 하는 것은 의원감투에 취해 있거나 자만심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민선 지방의원은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낮은 자세로 위민봉사 하는 자리지 목에 힘주며 호령하고 건방떨어도 되는 자리가 아님을명심해야 한다. 이광희 의원의 발언에 분노, 총사퇴를 결의한 충북도학교운영위원협의회도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도민들이 없지 않다는 점을 직시, 과도한 반응이 도민들의 냉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춘길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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