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잊혀져 가는 풍경 ②

목욕탕에서 마음까지 씻을 수 있었으면...
목욕탕에 오는 손님들이 몸만 씻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세심탕'(洗心湯)이었으면 합니다.
수년 전부터 시민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편의 시설들이 대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네 목욕탕들은 대형 찜질방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생존을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청주에서 5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자리에서 '제일 목욕탕'을 운영하는 박학래씨(86).

박씨는 현재 청주 시내에 3곳의 목욕탕과 1곳의 대형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다.

박씨와 목욕탕과의 인연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어진다.

15살 되던 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4남매의 가장이 된 박 씨는 가족들의 끼니를 위해 목욕탕에서 펌프질을 하고 청소하던 것이 처음 목욕탕과의 인연이라며 그 후 돈을 벌기 위해 요정에서도 일 하고 여관에서도 일을 했지만 그 때마다 목욕탕에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돼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펌프질로 다져진 오른쪽 팔뚝을 내민다.

목욕탕을 처음 인수해 운영할 당시 대부분 사람들이 생활 형편이 어려워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명절때만 되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지금의 '목욕합니다'라는 입간판 대신 '개탕'(開湯)이라는 표지판을 사용했는데, 장날에 시내에 나온 일부 손님들은 영양탕 가게로 오인해 목욕탕에 들어오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목욕 문화도 많이 변해 집에서 샤워를 하거나 찜질방을 주로 이용해 대중 목욕탕을 외면하는 것 같다면서 아버지 손을 잡고 대중 목욕탕에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며 쌓는 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 목욕탕의 경우 요금이 3000~4000원 정도이나, 제일탕의 요금은 아직 2500원이다.

박씨는 제일탕은 단순히 영업을 위해 운영하는 목욕탕이 아니다며 항상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봉사를 위한 목욕탕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헌기자 sm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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