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경인년

신묘년(辛卯年) 토끼 해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꾀가 많은 동물로 인식돼 있는 토끼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지혜로움이 우선이다. 영특하게 묘사된다. 힘이 약한 사람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지혜를 이용하는 것이다. 올해는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토끼를 통해 지혜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파란만장했던 경인년

2010 경인년(庚寅年) 한 해는 다사다난을 넘어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국가적으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6·25전쟁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국가 안보 위기가 요동을 쳤고, 한 때 온 나라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내몰리면서 국민들이 '전쟁의 공포' 속에서 지냈던 게 사실이다. 지역적으로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종시법 문제로 1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었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산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사안은 6·2지방선거 결과일 게다. 민주당의 강세 속에 단체장이 대거 교체되면서 민선4기 단체장과 차별화시킨다는 민선5기들의 '어설픈 의욕'에 시간과 행정력만 낭비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9대 충북도의회는 출범과 동시에 초선 의원이 의장과 부의장에 선출되고, 6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교육위원회를 제외한 5개 상임위원장도 초선이 차지하면서 우려됐던 초선 의원 중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도의회에서 민선 4기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사업을 '도민 현혹사건'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충북교육계는 지난 해그 어느 해 보다 풍성한 결실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진흙탕 싸움의 연속이었다. 충북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중학생들이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고, 고교생들은 전국 8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에서는 2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39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극도로 취약한 도세에도 종합 3위의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광저우아시아 경기대회에서는 충북체고의 김우진 학생이 우리나라 양궁 남자대표팀 가운데 유일하게 고교생 궁사로 참가해 세계신기록과 함께 2관왕, 롤러스케이트에서는 청주여상 안이슬 학생이 금·은메달을 각각 차지해 아시아에 충북교육의 위상을 높였다. 도교육청은 충북도와 무상급식 분담금 합의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부터 도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도의원의 돌출 행동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와 교육당국과 학부모, 학생들이 큰 혼선을 빚는 등 교육계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 급식 현장 식판 수거와 학교운영위원 거수기 논란, 전교조 교사 징계 문제 등 교육당국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일선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을 둘러싸고 특혜 입찰 논란이 제기돼 공무원들이 수사를 의뢰하자는 제안까지 했을 정도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청주시의회도 줄어든 예산과 관련, 조사특위 구성 과정에서 집행부의 반발을 산 데다 한나라당 위원들이 사퇴, '반쪽 특위'로 출발하면서 순탄하지 못한 앞 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 화합하는 신묘년 돼야

우리나라나 동양 고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작고 약해 보이지만 꾀가 많아 언제나 재치 있게 위기를 극복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동물들 사이 분쟁의 해결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토끼가 맹수에 비하면 약한 동물인 사실은 틀림없지만 재치와 꾀로 강한 동물에게 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이익을 얻는 존재다. 올해는 토끼 해다. 영리한 토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워 지난 해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화합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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