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의 생각

며칠 전, 명암방죽 잔잔한 물속에 펼쳐진 한 폭의 수채화를 바라보다가 오리 한 마리가 바람 따라 가만히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하는 호기심에 그 오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몸통은 꼼짝도 않고,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가만히 떠 있어 물 따라 흐르는지, 바람 따라 흐르는지 우리 쪽으로 오다가 멈추곤 하였다.

"진짜다! 아니다, 가짜다!"

하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보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 진짜일까, 가짜일까를 이야기하는데 오리가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이었다.

"저것 봐. 진짜지."

짧은 다리가 물밑에서만 움직이니 몸은 떠서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아 바람 따라 흐르는 목각오리인줄로만 알았던 것이었다.

-내 멋대로의 생각

쌀쌀한 날씨라 발길을 돌리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앞서가던 아이들이 묻고 대답하는 소리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내일은 있을까? 없을까?"

"아마 없을 걸?"

"아니야, 있을 걸?"

앞서 가는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꼬마 녀석 둘이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 여보! 저 애들이 인생을 얘기하네."

"아니, 저희들이 무엇을 안다고? 인생을……."

하도 기가 막혀 나는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물어 보았다.

"정말로 너희들이 내일은 있는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거니?"

"네, 아까 그 오리 말이에요. 그 오리가 내일도 있을까? 하고 누나한테 물어 보았어요."

나는 하도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그저 모든 것을 내 멋대로 생각하고 내 멋대로 추측하고 살아가고 있음에 다시 한 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지 않는 내일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기가 막힌 질문이고 답변이었다.

"내일은 정말로 있을까? 없을까?"

내일(來日)이란 말 그대로 '올 날'이란 뜻인데 정말로 오는 걸까? 오지 않는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봐도 내일이란 결코 오지 않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내일이란 가만히 있어도 '다가 올 날'이 아니라 내가 아무리 다가가도 도망가고만 있으니 결코 내일은 없는 것이 아닐 런지…….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보일는지 모릅니다.』라고 했던 영국의 성직자 c. h. 스퍼전의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 없는 내일을 꿈꾸거나 기다리지 말고 당장 오늘, 내 앞에 놓여 있는 지금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진영옥 새터초 교장·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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