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금융사고 신뢰 추락

신빈곤층 지원 등 서민금융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민금융기관을 제대로 정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저축은행 등은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

저축은행의 경우 여전히 대주주의 사금고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지역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덩치에 비해 관련 인프라는 '동네 금고'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서민금융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계속되는 금융사고와 부실누적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횡령 등 금융사고다. 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기관 이사장이나 지점장 권한이 지나치게 커 제대로 된 감시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원 오창읍 a새마을금고가 150억 원을 챙겨 잠적한 청주지역 한 건설업자에게 차명계좌를 만들어주고 이 계좌에 입금된 1억 원을 실제 예금주 동의 없이 문제의 건설업자에게 인출해 줘 물의를 빚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청주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b씨는 고객이 예탁한 돈 1억7000만원을 토지매입 대금과 부지공사 대금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 8월 청원군 오창읍에 새마을금고를 설립한 c씨가 지인들에게 자본금으로 출자 받은 돈을 d신협에 입금한 뒤 다시 인출해 달아난 사건이 발생해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와 함께 지난 14일 청주 m새마을금고가 100억 원대의 불법대출 의혹으로 새마을금고연합회 충북도지부로부터 고발을 당해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신협 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로 부정인출이 빚어지고, 불법대출에 따른 업무상 횡령 등으로 해당 금융기관이 직원을 고발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청원 오창읍 a신협에서 타인의 예금 12억5000만원이 불법 인출된 사건이 벌어졌다.

또 청주 b신협은 조합원들이 예치한 예금에 대해 불법대출을 하고, 대출금액 8억8000만 원 중 1억7000만원을 횡령한 직원을 고발조치했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청주 하나로저축은행 사태는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경영진의 사(私)금고화 전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7일 하나로저축은행 부정대출과 관련, 전 대주주 s씨와 전 행장 l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전 대주주는 지난 2006년 하나로저축은행 대주주였던 지위를 이용, 수십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았고, 전 행장은 임원이자 사업가인 전 대주주에게 40억원을 부정 대출한 혐의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도덕 불감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나로저축은행의 전신인 동양상호신용금고 최대대주주였던 n모씨는 지난 1996년 당시 49억 원을 제3자 명의를 통해 불법 대출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하나로저축은행으로 개명한 뒤 3대 회장을 맡은 s씨 역시 2006년 당시 다른 사람 명의로 1000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제는 이 같은 비리와 각종 부작용 등의 악순환을 끊어야한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제2금융권의 특성상 이사장이나 전무, 여수신 담당직원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횡령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다. 일반은행처럼 대출 등에 대한 전결권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보안을 강화하는 등 운영시스템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엄중하고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 이상 경기 불황속에서도 알뜰히 모은 서민들의 '쌈짓돈'이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이능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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