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은 첫발을 딛는 순간처럼 설레는 달이다. 얼었던 땅이 녹고 웅크렸던 마음이 풀린다. 어머니는 장독의 묵은 먼지를 닦는다. 산과 벌판이 푸른 싹을 틔울 숨구멍을 연다. 부드런 햇살이 쏟아지고 그 빛을 먹는 아우성들이 기지개를 켠다. 황량하게 얼었던 땅에 자연도 출발선을 긋는 달이다.

학교마다 졸업식이 있다.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높고 넓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단계의 의식이다. 노력의 열매를 축복 받으며 부모와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보은의 행사다.

이 같이 축복과 보은의 행사에 교복을 찢고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는 일이 매년 생겼다. 작년에는 알몸 뒤풀이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졸업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여 발생한 일종의 사회 폭력이다.

졸업은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였다는 마침의 의미도 있지만 희망의 출발선에 선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도 중요하고 미래도 더욱 중요한 것처럼 졸업식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마음가짐을 겸허하게 다지는 행사여야 한다.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충대부설중학교는 이러한 의미를 학생에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활동을 작년 가을부터 실천하였다. 고등학교 입학고사 후 겨울방학식까지의 보름 동안 졸업을 맞는 삼학년을 대상으로 특별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피부미용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좌를 열었다. 중학생 비부관리 전문가 강좌도 열었다. 명창명인과 우리민요가락을 함께 부르며 우리 것을 아는 시간도 마련하였다. 충북교육청에서 선발한 진로코디네이터와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활동도 하였다. 중학생에게 알찬 인문학 강연도 충북대학교의 협조로 두 차례 실천하였다. 실제 만들고 실험하는 체험중심 생활과학교실도 열었다.

2월 9일의 졸업식도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준비하였다. 소통과 보은을 졸업식의 주제로 정하였다. 졸업장과 상장의 수여가 대표학생의 몫이고 식사와 축사가 지루하게 이루어지던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한 졸업식을 마련하였다.

학교는 학생 모두에게 단상에서 졸업장을 수여한다. 학생은 자신이 오늘에 있기까지 헌신하신 가족과 부모에게 직접 만든 감사장을 드린다. 상을 받는 학생 모두를 똑같이 영상으로 소개한다. 재학생 졸업생의 공연도 있다. 졸업식 노래도 졸업생과 축하객과 교직원이 모두 감동하며 함께 부를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행사중심의 획일적인 방식을 깬 학생중심의 소통과 보은의 졸업식이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졸업식이다. 진행 중간에 어색한 순간이 생긴다 해도 출발의 의미를 다지며 부모와 가족에게 보은하는 학생중심 축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창식 충대부중교사 소설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