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연평도 포격사건에 이어 온 국민의 근심이던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삼호주얼리호와 선원들을 구해낸 국군은 대한민국의 영웅이요, 믿음임이 분명했다. 다만, 석해균 선장이 해적에 의해 총상을 입고 병상에서 삶과 사투를 벌이고 있고, 최근 석 선장의 몸에서 나온 총알 한 발이 우리 군의 것으로 알려졌지만 작전 중 우리 군이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을 리는 만무일 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군이고, 선교내 좁은 공간 긴박한 총격전 상황에서 유탄에 의한 부상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것. 이는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석 선장은 대한민국 품을 잊지 않은 듯 건강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선원 전원을 무사히 구출하고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라는 완벽한 작전을 진두지휘한 사람. 현역 최고 선임자인 한민구 합참의장은 한사코 자신의 공적에 대해 손사래를 쳤지만 용맹한 전사 위에는 반드시 명장이 있을 터다.

▲ 한민구 합참의장.


구한말 충북·강원·경북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한 청암 한봉수 의병장의 손자. 한봉수 의병장이 이끈 의병부대는 1907년 9월부터 1910년 2월까지 30여회의 유격전을 벌여 혁혁한 전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한봉수 의병장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한 의장.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은 온 국민의 우리 군에 대한 신뢰, 국방부장관의 건의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결단, 그리고 현장 지휘관의 탁월한 전투지휘 능력과 현장 요원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전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군에 있어 정의란 승리뿐입니다. 저는 뒷받침만 했을 뿐입입니다."

우리 군에 대한 국방 예산과 장비는 증액과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진 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형국이다. 심지어 군복을 교체해도 몇 년에 걸쳐 교체해야만 하는 게 우리 군의 실정이지만 미국이나 선진 군대는 결정에서 실행까지 단번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선진 복지, 그리고 경제 강국은 국군의 완벽한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이는 자명한 일일 것이다. 즉, 군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군대가 돈만 쓰는 공동체가 아닌 돈을 벌어들이는 주춧돌이라는 논리의 성립이다.

"국방예산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은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방예산 중에서도 무기체계 도입에 드는 비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합참은 어떤 무기체계를 도입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무기체계의 효용성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기체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r&d(연구개발)를 강화해 국산무기를 많이 만들면 국내 방산업체도 발전되고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의장은 충북 청원이 고향이다. 그의 고향사랑도 남다르다. 고향사람들이 한 의장을 기쁘게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수구초심'을 몸으로 실천하는 한 의장.

"저의 고향사랑이요? 현역 최고 선임자로서 우리 국군이 국민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것, 그리고 국가를 지켜내는 것이 바로 고향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고향에서 저를 아껴주시는 많은 선·후배들이 계시니 새해 인사부터 올립니다.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우리 국군에 대한 사랑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국군으로 국민의 사랑과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참! 충청일보도 올해가 창간 65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고향발전과 고향민을 위한 언론의 길을 이어가길 부탁드립니다."

서울 용산에 국방부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합동참모본부 건물 합참의장 접견실에는 백두산 천지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한 의장의 군인 정신을 지레 짐작케 했다. 최근 고향사람들 중심으로 한 의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을 슬쩍 건넸더니 한 의장이 정색을 하면서 답변하는 바람에 기자는 순간 당황했다.

"저는 군인입니다. 단 한번도 군인이외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제 위치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 자체를 큰 영광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우나 나약하지 않고, 굳세어도 사납지 않으며, 너그러워도 어리석지 않고, 신중하되 느슨하지 않으며, 의연하지만 각박하지 않고, 품위를 지키되 우쭐대지 않는 사람, 기자가 만난 바로 한 의장이다.'깊은 곳에 물은 조용히 흐른다'고 했다. 한 의장은 그렇게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청원군 내수읍 세교리에서 태어나 내수초(44회) 내수중(12회) 청주고(43회)를 졸업했다.1975년 육사 31기로 임관 이후 육본 전략기획처장, 5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방사령관, 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군 내부에서는 정책 및 전략기획에 정통한 최고의 군사전문가로 알려져 있다.국방정책과 국방기획관리는 물론 합동작전 전반을 꿰뚫고 있어 개혁적 군사전문 리더라는 평가다.

/서울=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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