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치즈·화장 등 여러 분야에 용도 다양

[충청일보]발효과학과 스캔들 어딘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그럴듯한 표현이네'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 '발효과학 스캔들'일까?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는유산균(젓산균)으로 잘 알려진 류코노스톡균과 락토바실러스균이 있는데 이 유산균은 다른 분야인 치즈와 화장의 발효에도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류에 보이는 황국균인 아스퍼질러스와 효모인 흑국균(사카로미스)의 경우를 보자! 흑국균의 경우 장에서는 맛의 풍미에 관여하는 반면, 술에서는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생성해서 술의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고초균인 바실러스서브틸리스의 경우 청국장,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발효에 유기적으로 간여해 인간에게 이로운 유용한 식품으로 변화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똑같은 발효미생물이 한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에 외도하듯이 깊게 관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의 스캔들을 붙여도 무방하다는 생각에서 '발효과학스캔들'이라 명명했다.
발효미생물들이 어떻게 좋은 의미의 스캔들을 일으켜 우리에게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지 함께 관찰하고 파헤쳐 보자.
첫 번째는 '쌀과 미생물의 스캔들 고추장'이다. 고추장의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고초균과 효모균 이다. 고초균은 고추장의 깊은 맛을 결정하는 매주균의 일종으로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하면서 맛을 깊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효모는 탄수화물로부터 주정과 함께 향기 성분을 만들어 낸다. 고추장 보관 시 끓어오르는 이유는 주정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효모는 술을 제조하는데 사용하나 주정과 탄산가스를 내어 고추장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향기를 개선하는 데 관여하는 등 고추장에서 맛있는 향취를 낸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콩과 미생물의 스캔들 메주'이다. 메주에 있는 황국균 , 거미줄곰팡이, 고초균 등은 효소를 생산해 콩의 탄수화물은 단맛을 내는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수수한 맛을 내는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준다. 고초균은 볏짚에 많이 있으며, 메주나 누룩에서 주로 발견되는 세균으로 메주의 중요한 미생물이다. 황국균은 밀기울, 보리, 쌀겨, 콩, 밀 등 곡물에서 잘 자라는 곰팡이로, 30도의 온도에서 흰색의 균사가 지면서 착생되고, 특유의 향기로운 향취가 나면서 성장을 한다.
세 번째로 '곡물과 미생물의 스캔들 술'이다. 술의 발효에 절대적인 누룩은 밀, 쌀 등의 전분질 원료에 자연상태의 균이 착생되도록 띄운 것으로 누룩 중에는 곰팡이, 효모, 세균 등 다양한 균들이 자란다. 효모는 누룩에서 생성된 당을 알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막걸리나 약주에서 효모가 없으면 발효가 되지 않는다.
네 번째로 '콩과 미생물의 스캔들 청국장'이다. 청국장은 삶아낸 콩을 볏짚에 붙어 있는 고초균(枯草菌)을 이용해 띄워 만든 것으로, 발효하는 동안 미생물의 작용으로 끈적끈적한 점질물을 생성하고, 청국장 특유의 맛과 냄새를 가지게 한다. 각종 효소작용으로 콩 안의 모든 성분이 상당히 분해돼서 소화성이 우수하다.
다섯 번째로 '우유와 미생물의 스캔들 치즈'이다. 스타터란 치즈 제조 시 첨가되는 젖산균으로 미생물로 유당을 이용해서 생장하면서 최종산물로 젖산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생산해 제품의 ph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젖산은 발효되지 않은 치즈의 신선한 산향을 가지게 하며, 치즈 커드의 생성과 조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것이 '발효과학스캔들'인 것이다.

▲ 윤용현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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