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충청의 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지난 8월 11일,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공인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딸이 이미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서두르는 듯이 보이는 이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어서 그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이 백신을 세계 최초의 소련의 위성인 ‘스푸트닉’을 그대로 이어받아 ‘스푸트닉 브이(Sputnik V)’라고 명명했다.

소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닉을 발사해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어로 "여행하는 동반자"라는 뜻을 가진 스푸트닉은 비치볼 크기의 반짝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공 모양으로 1958년 1월까지 타원형의 궤도를 따라 96분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돌았다. ‘스푸트닉 순간(sputnik moment)’이라고 불리는 이 때의 충격은 미국에 두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하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1958) 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방위교육법(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의 통과다. 이 법으로 연방정부의 교육 투자가 거의 여섯 배로 늘었다. 과학 경쟁에서 미국이 소련에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미국의 과학기술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많은 연구비를 과학에 쏟아 부었고 학교에서는 과학교육이 강조되었다.

미국 인구의 3.5%,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유대인이라고 부르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각종 사회지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 처에서 정치, 산업, 과학, 금융에서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토가 작은 나라로서 인구도 많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 있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도 재능이 넘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유대인의 저력은 창의성에 바탕을 둔 교육이다. 그들은 4천년의 기나긴 역사 가운데서 일관된 교육체제를 가지고 가르치는 일에 힘써 왔다. 유대 격언에 “유대를 멸망시키려면 먼저 학교를 없애라”는 말이 있다. 나라는 빼앗길 수 있어도 지식과 지혜만은 결코 빼앗기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서 시대와 환경을 초월하여 그들만의 특별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토라, 탈무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문화와 전통이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은 대를 이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소질과 다양한 재능을 키워주는데 매우 제한적이다. 교육과정과 학사운영도 획일적이다. 자율권이 결여되어 학교마다 특색있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특히 영재교육과 과학기술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양성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교육에 관한 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다, 한국인의 지능지수는 이스라엘 사람보다 평균 12점이나 높은 최고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공부도 한다. 그런데 왜 세계적으로 창의성을 인정받는 노벨상 수상이 멀게만 느껴질까? 교육의 내용과 방법, 체제의 문제는 없는가?

내일을 위한 진정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국민과 함께 교육의 방향을 다시 선택해야 한다. ‘스푸트닉 V’가 발표되어도 전혀 충격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의 교육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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