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올 초 바이러스가 일상 깊숙이 야기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타거나 식당이나 건물 안에 들어설 때면 사람이 있나 없나 먼저 살피고 길을 가다가도 맞은편 사람이 가까이 지나치는 순간이면 어느새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 외면하곤 한다.
대학에서도 지난 학기 급작스럽게 도입된 비대면 강의가 바이러스 재확산 우려로 2학기에도 연장되고 있다. 방학 때면 캠퍼스가 한산하다가도 개강만 되면 학생들의 활기찬 발걸음으로 북적대며 생기가 넘쳤는데, 이번 주 개강한 학생 없는 캠퍼스는 휑하니 허전하였다.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삶 전체 변화들 중 많은 부분은 이번 바이러스가 퇴치된 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여겨져 더욱 우려가 된다.
하루에도 몇 십번씩 울리는 긴급재난경보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무의식에까지 각인시키는가 하면, 다른 무엇보다도 더 가까워져야 할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피해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모두들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혼자 고립되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더더욱 우리 몸과 마음을 잘 돌보아야 할 것 같다. 내 생활 속 힐링 중 두 가지를 소개하면 산책과 책읽기다. 사람들과는 거리는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한다면 집 밖 흙이라도 밟아보고 풀과 들꽃이라도 들여다보고 하늘이라도 쳐다보면서 할 수 있는 한 자연과는 거리를 가까이하려 한다. 최근 무심천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무엇보다 아침에 천을 따라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지금 한창 여름이 지나는 계절이라 산책로 양옆 풀들이 잘 자라 산책로 안쪽으로 휘어 넘어오고 있다. 연노랑 달맞이꽃과 연파랑 나팔꽃들이 어우러져 있기도 하고 곳곳에 들국화도 피었다. 나팔꽃의 일종인지 크기는 작아도 꼭 나팔꽃 같이 생긴 다홍빛 꽃들도 많다. 무심천 곳곳에, 주변 초록빛 논에 백로들 여러 마리가 유유히 다닌다. 낮에는 연일 무더위가 계속 되기도 했지만 아침에는 공기가 기분 좋게 시원하다.
또 책읽기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 때 누리기 좋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나는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다 가졌으나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독서를 통하여 얻었다. 독서처럼 값싸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라고 하였다.
책읽기는 아무리 계속해도 고갈되지 않는 즐거움과 깨달음의 원천이다.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 앉을 자리의 좁은 공간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먼 우주로까지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마음을 나누는 인격적인 만남도 할 수 있다.
박지원이 ‘예덕선생전’에서 “훌륭한 사귐은 반드시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마음과 인격으로 사귀는 것이다. 위로는 천 년 전의 벗도 사귈 수 있고 서로 만 리 밖에 떨어져 있어도 사이가 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던 것도 바로 책을 통한 사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기도와 명상, 요가나 다른 취미도 좋다. 꼭 산책과 책읽기가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각자 나름대로의 힐링 거리로 함께 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