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신묘년 벽두부터 충청의 최대 현안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되고 있다. 다른 현안은 과학벨트에 묻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백지화 취지발언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충청권의 광역자치단체장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 국회의원. 지방의원.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학벨트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전. 충남북의 한나라당 인사들도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말과 행동에서는 차별화를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 대전지역 광역 및 기초의원 12명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대전시당 의원협의회는 지난 14일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께 올리는 글'을 통해 "불과 3년 전 500만 충청인에게 약속한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스스로 파기 한다면 어느 누가 정부의 정책과 공약을 믿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충청의 발전을 위해 약속했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당초 약속대로 충실히 이행해 2012년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전지역 광역. 기초의원들은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에는 불참했다.
나 홀로 차별화 언행
그간 소극적 행태를 보여 오던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15일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위한 운영위원회. 지방의원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조속히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과학벨트 충북실리론'을 주장하고 "야당 도지사와 국회의원. 시민단체가 과학벨트 문제를 정략적인 문제로 키우는 바람에 충청권 유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충북의 한나라당 인사들 역시 국회 앞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16일에는 한나라당 3개 시.도당 위원장과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들은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충북도당 등 충청의 한나라당이 과학벨트 문제에 대해 당내 목소리만 내고 당 밖의 집단행동 참가에 몸을 사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말 그대로 실리론'이다. 과학벨트의 충청권유치 논리를 차분히 개발하여 청와대와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야당처럼 요란하게 떠드는 것 보다 낫다는 계산일 수 있다. 둘째는, 여당 입장에서 야당은 물론 거부감이 있는 일부 시민단체와 행동을 함께할 수 없다는 자존심의 고집일 수 있다. 셋째는, 차기 총선 공천의 의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은 솔직히 말해 과학벨트 문제보다 자신의 당 공천 획득이 더욱 절실한 명제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청와대와 중앙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음을 하소연 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가 평가할 것
한나라당 인사들의 이런 처지를 당 차원에서는 이해될 수 있다.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의 유권자들이 여·야에 대해 어떤 심판을 하겠냐는 것이다. 아무리 당 공천이 중요하고 절실하다 해도 주권자인 충청의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당 공천후보자를 외면하면 만사휴의다. 선량지망생이 유권자 무서운 줄 모르고 당의 눈치나 보며 '알아서 기는 자세'를 고치지 못하면 당선은 고사하고 당직 이상 더 자랄 수 없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경우 지난 날 청주권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완패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 원안 관철과 고속철도 오송 분기역 성사 등에서 보듯이 정치력이 취약한 충청(특히 충북)은 젊잖게 앉아 있다가는 지역의 권익을 수호할 수 없다. 민·정·관 등이 똘똘 뭉쳐 행동에 나서야 핫바지 소리를 안 듣고 지역의 중요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게 역사의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