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코로나19 이후 시내를 둘러싼 산들의 풍경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혹은 보이더라도 희뿌옇게만 보였던 도시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요즘은 선명한 자태로 도시 풍경의 배경이 되어 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공기가 맑아지고 시계거리가 늘어난 이유는 우리의 주요 미세먼지 공급처중의 하나인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장가동의 정지와 교통량의 감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클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초 보름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억톤 가량 줄어든 3억톤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교통이 통제되면서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5%나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5.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4%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IEA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식 측정한 1975년 이후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2008년 이외에 1980년 2차 석유파동, 1992년 구소련 붕괴 등 총 세 차례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마저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시 증가해 왔고 경기 침체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 왔으나 오히려 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늘려 왔다고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물건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보니 일회용품의 사용은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면이 필요 없는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며 비닐 등 다양한 플라스틱 포장재 활용도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닮았다. 첫째, 점점 가속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삶을 다방면에서 변화시킨다. 셋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는 당장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반면 기후변화는 수십 년간 지적되어 오면서도 당장의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개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킴으로써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하지만 기후변화는 전기를 아끼는 정도의 행동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어려워진다.

기후변화를 위한 해결방법도 코로나19처럼 직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온도를 이미 1도 높였다. 2도가 넘으면 지구 곳곳이 더 강력하고 잦은 홍수, 가뭄, 한파, 태풍 등 이상기후에 직면하게 되고 4도 상승하면 현재 생태계 대부분이 파괴되고 안정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간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이정도면 느낌이 직감적으로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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