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인터뷰
10월 대한노인회회장 선거 출마 여부 관심 높아

노년의 삶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이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한국은 앞으로 2050년을 전후해 세계 최고의 노령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2015년에 65세 인구가 13%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현재는 868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4년 후엔 10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35.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 빠른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노인복지 문제는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니다. 이 많은 수의 노인들의 삶을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는 국가사회의 안정과도 직결돼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이상과는 한참 멀어 보인다. 

노인 빈곤 문제 등 갖가지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고 있다. 

노령화 사회를 위한 획기적인 진전이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랫동안 우리나라 노인 정책 분야에서 종사해온 차흥봉(78)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어떤 문제가 있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그는 거의 50년간 공무원 교수 사회복지단체장 학회장 등으로서 노인복지정책에 종사해온 노인·사회복지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차 전 장관은 69년에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71년 공직에 입문해 보건복지부 사회과장, 보험제도과장을 지냈고, 이후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총장을 거쳐 1999년 보건복지부장관 2000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한국노년학회장,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사회복지학회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차 전 장관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고문이며,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표이사, 복지부 공무원회 대표도 겸하고 있을 정도로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정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 달라.

"1978년 내가 보건복지부 사회과장, 보험제도과장으로 일하며 의료보험법을 만든 것이 노인 복지제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의료보험 제도의 기초가 이때 마련됐고, 1980년에는 경로우대제도를 창안해 시행했다. 경로우대증이 나온 초기에는 국립공원 고궁 박물관 교통수단 뿐 아니라 극장 목욕탕까지 무료 할인 혜택이 부여됐다. 개인과 사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혜택이 없어지긴 했으나 지금도 경로우대증은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혜택 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981년에는 노인복지법을 제정해 본격적인 노인들을 위한 복지를 정책적으로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형편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노인복지 수준은 70년대 말부터 40여 년간 추진해온 결과 선진국에 비교하면 60~70점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아직도 노인복지제도에는 문제점이 많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은퇴자들인 노인들에게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건강상태가 좋아져 65세 이전에 은퇴해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젊은 노인들이 문제다.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65세가 넘어서도 얼마든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들이 얼마든지 있다. 노후에 직접 사회봉사,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으로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 우선 정년을 70세~75세로 연장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으나 크게 개선되지는 못한 상태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소개한다면.
"노인 재취업을 위한 의무교육제를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을 국가가 의무화한 것처럼 65세 이상 은퇴노인들을 위한 재교육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후 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 기업에게도 부담이 적고 노인들에게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노인회가 노인복지 중심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전국에 경로당이 6만 5000개에 회원은 300만 명이다. 전체 노인 인구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70세 이하 노인은 경로당에 안 간다. 너무 어려 심부름이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로당을 활성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갖고 자원봉사나 일자리 창출에 역할을 하는 등 전국 경로당을 중심으로 대한노인회의 조직과 체계화를 이뤄야 하는 게 우선이다. 자체 운영시스템도 혁신하고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조직화 되여야 한다. 국가에서 관련법을 만들어 역할과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보건복지부에서 노인복지를 전문으로 일해 왔고 복지부 장관과 학자, 관련단체장을 두루 섭렵한 경력으로 볼 때 문제를 풀어가는 일머리를 잘 알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복지와 관련해서 중증 치매노인, 거동불편자 등을 위한 지원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은.

"치매 노인들을 자식 등 가족이 부양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이와 관련된 박사학위 연구논문을 썼고 정책 실행위원장으로 현실화 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현재의 문제와 개선책을 잘 알고 있다. 중중치매 거동불편 노인 6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또 그 분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150만 명이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차 전 장관은 복지정책과 충북 청주와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과장 시절인 1980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청주에서 경로우대제도 시행을 발표했다고 한다. 

당시 청주는 효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고, 정종택 당시 도지사가 지방 정부로서 먼저 경로우대제도를 실천하고 있어서 서울이 아닌 청주에서 반포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이벤트였다.

차 전 장관은 차기 대한노인회 회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에서부터 공직자로서, 학계에서, 그리고 각종 사회복지, 특히 노인복지 단체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평생을 노인복지에 종사해온 경력이 그를 대한노인회장을 맡아 다시 큰일을 해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이 부분에 대해 차 전 장관은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오는 10월 19일 실시되는 대한노인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설도 들린다. 아직 구체적인 출마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입장을 밝혀 달라. 

"지난 1971년 공무원이 된 이래 50년간 노인문제를 공부하고 노인복지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노인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싶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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