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28일

국가정보원이 최근 차세대 먹거리 7대 소프트 산업 육성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 부처 간 갈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지적했다.

게임 산업,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차세대 유망 소프트 산업 육성을 둘러싸고 관련 부처가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싸우는 탓에 효율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 간 갈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의 보고서를 보면 상황이 꽤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의 행태를 보자. 문화부가 지난해 미주·동남아에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하자 정통부도 뒤질세라 해외 비즈니스 상담을 이유로 동남아·미주를 방문했다고 한다.

두 부처는 내용이 비슷한 게임 대회를 따로 개최한 적도 있다. 중복투자로 인한 국고 낭비의 전형이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산자부와 문화부가 역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보고다. 그 속내는 다 밥그릇 때문이다.

밥그릇을 챙기려는 공직사회의 다툼은 이처럼 중앙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 지자체와 지자체, 행정부서와 시민단체 간 등 갈등의 양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피해액도 날로 커지는 추세다. 20여년을 끌어 온 새만금간척은 그동안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7500억 원으로 추정될 정도다.

천성산 터널은 2조5000억 원의 중단 손실액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항국가산업단지는 18년 째 표류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부처 뿐 아니라 학계·시민단체까지 아우르며 갈등의 사전 예방 및 자율적 해결 등을 위한 행정절차를 제도화한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광주 남구청 등 지자체들도 갈등조정위원회 를 설치하는 등 지역 내 분쟁의 조정·중재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진즉 했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대부분의 갈등 조정 대상은, 단순히 행정 절차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맞서있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실타래를 푸는 게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길은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을 위한 길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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