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나름
-유행 나름
공기업부터 훼손은 심각했다. ex, koral, lh, sh등으로 이름을 리모델링하고지방자치단체까지 덩달아dream, good, hi, happy, yes, fine 같은 영어를 악세사리 처럼 섞어 상징성을 조잡하게 부각한다. 덩치 큰 아파트일수록 명칭이 장난 아니다. 어떤이는 꼬집어 나이든 부모들이 찾기 어려운 작명이라 청약률도 높다는 귀뜸을 해준다.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기쁨을 행복 중 으뜸으로 생각하는 부모님을...' 세상의 딸과 아들 모두가 똑똑히 보며 기억할상속일텐데. 다시 그들이 어른 되었을 때 반사될 걱정에 몸살이 치민다. 어디 그뿐이랴. 한때는 우리말 쓰기에 앞장 선다며 연예인 예명까지 순수 우리 이름으로 고쳐 쓰더니언제부터인가 다시 없던 일로 물러앉고 말았다. 요즘은 아예기억조차 어려울 정도의 요상한 이름에 식상한 느낌을 받는다. 이름이나 간판만 영어를 끼우면 그럴듯해 보이고 자연스레 국제경쟁력이 생긴다는 착각에서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예쁜 우리말 간판이 눈을 끈다. '지글보글'음식점에 '뽂을래' 미용실, '엄마손' 칼국수가 있다. ' 절대차량 통행금지'는무슨 가당찮은 푯말일까.'인간개조'란 섬뜩한 말도 자주 쓰이니까 소름끼칠 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너무'의 홍수
방송 언어는 어떤가?방송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정도로 우려의 목소리가 심각하다. 자주 거론된외국어 프로그램 명, 출연자의 비속어 남발 엉터리 발음에 이르기 까지 문제점은 헤아릴 수 없다. 마치 방송을 개인 전유물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잦다. 출연자를 '대 선배님'이니 새카만 후배'로 소개를 하는데 도무지시청(청취)자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그래도 좋다고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부하니 맥이 빠진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거기까지가 전부란 생각마져 든다.
사실, 방송의 초점을 모아지게 하는 대상들이 더 우스운거다. 아무리 잡스런 말일지라도 되풀이해서 듣다보면 모르는 사이 그걸 정답으로 안다. '선생님 저 너무 예쁘죠?' '너무'라는 부사어를 멋대로 쓰니까 아이들은 무작정 따라한다.'너무 맛있다. 너무 훌륭해' 자칭 유명세 붙은 사회자나 리포터가 달고 사는 말이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란 뜻을 담고 있으니 '너무 어렵다. 결혼하기에는 너무 젊다. 너무 욕심부리지 마라. 너무 추워서 집에 있었다. 너무 지저분하다.너무 시끄럽다.'가 어울리는 쓰임이다. 요즘 학교 방송 수준도 몰라볼 정도로 선진화되어 웬만한 프로그램은 자체 제작에 들어간다. 학교소식은 물론, 전교조회까지 생중계다. '큐'사인과 함께 카메라 조작과 진행을 고사리 손이 직접 담당한다. 장면장면마다 가장 어려운게 언어구사다. 원래 보통 때 잘나오던 말도 마이크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어붙는 것 처럼....'교장 선생님 내일 인터뷰 있습니다.' 학교 방송부의 pd주문에 보장없는 ng ng로 잠을 설친다. ?
/오병익 청주경산초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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