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란 속담은 막돼먹은 인간을 비유해준다. 그러한 인간을 건달이라고 부른다. 건달기가 있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건달은 남들로부터 신용을 잃어버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얌전을 떨던 강아지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은 겉으로는 얌전을 떨면서 속으로는 응큼한 짓을 하는 인간을 비유해준다. 새침기가 있는 인간은 그를 믿는 사람에게 실망만을 안겨주는 허망한 자이다. 말하자면 뒤로 호박씨를 까는 인간형이 새침데기 일 것이다. 그래서 새침데기는 남들로부터 뒷말을 듣는다. 그러나 건달은 깡패 따위는 아니다. 오히려 건달의 마음이 악하거나 모질지 못해 사람을 가볍게 대하고 삶을 건성으로 적당히 살아갈 뿐 흉악한 도둑이나 무지막지한 무례한은 아니다.

다만 경솔하고 까불고 무엇이든 얕보는 약점이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뿐이다. 새침데기도 사기꾼 따위는 아니다. 다만 자기에게 손해 갈 짓은 아예 하지 않을 뿐이고 그렇다고 남을 해칠 궁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새침데기는 칭찬을 받으면 헤헤거리고 비난을 받으면 꽁해져 입을 다물고 토라질 뿐이다. 그러니 건달은 내놓고 자기를 과시하는 것이고 새침데기는 자기를 지나치게 챙겨서 실속을 좀 차리려 할 뿐이다. 마음 편히 살수 없는 세상이라고 한탄할 때가 많다. 이러한 한탄은 이 세상에 건달꾼들이 우글거린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성급하고 조급해 조금만 싫어도 삿대질을 하고 살기(殺氣)를 품다가도 조금만 기분이 좋으면 온 세상이 다 풀린 것처럼 싱겁게 몸짓을 떨면서 헤헤거리는 꼴들을 어디서나 볼 수가 있다. 건달은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으려고 한다. 이러한 건달은 제 몸 하나만 아끼는 성질머리 탓으로 항상 가슴에 뇌관을 품고 겁 없이 까불어 댄다.

믿을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고 자조할 때가 많다. 이러한 자조는 만나는 사람마다 새침기가 있어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임을 일러준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못 믿게 되어 버리면 세상은 끝장이 나고야 만다. 나도 새침 꾼이고 너도 새침 꾼이라면 모두가 제 실속만 차리니 남을 돕고 이해해주는 여유가 없어져 버린다. 개인중심이니 이기주의니 하는 것은 인간들이 모두 새침데기로 돌변해 간다는 말이다.

그렇게 돌변한 인간에게 건달기마저 붙어서 세상을 얕보고 함부로 삶을 소모하면서 아무런 미련 없이 막가는 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들뜬 고무풍선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세상은 건달들의 수용소도 아니고 새침데기의 소굴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나하고 너하고 서로 믿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살아야 사는 맛이 가치를 갖는 것이다. 마음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고 남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너와 나 할 것 없이 모두 얼마간의 건달기와 얼마간의 새침기로 무장을 하고서는 나를 앞세우고 남을 뒤고 밀쳐내려는 용심을 품는다. 그러니 사람과 사람사이에 벽이 생기고 말았다.

그러한 벽을 어떻게 허물어 버릴 수 있을까?
마음과 행동을 조심하고 남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면 벽은 허물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남이 허물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허물려고 하면 된다. 사회에서 사람을 사귈 때는 귀한 손님을 만나듯이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가 소중하다. 높은 사람이 더 소중하고 낮은 사람이 덜 소중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속이 소중하고 사람의 몸가짐이 소중한 것이다. 가물면 초목이 타고 장마가 지면 초목은 녹는다. 가뭄은 물이 없어서 탈이고 장마는 물이 많아서 탈이다. 마음이 바짝 말라버린 사람을 보면 가뭄의 모래벌을 보는 것 같다. 반대로 지나치게 비굴한 사람을 보면 장마로 진탕이 되어버린 시궁창을 보는 것 같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사람이라고 하면 만나게 될까봐 두려워진다.

지나치게 깐깐한 사람도 탈이고 모자라서 남의 비윗장만 맞추는 사람도 탈이다. 가물면 비를 바라고 장마가지면 맑은 날씨를 바란다. 이와 같은 바람을 헤아린다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다. 몸에 병이 들면 약물로 다스릴 수 있지만 마음에 병이 들면 약물로는 다스릴 수가 없다. 맹수는 몸에 상처를 주지만 막돼먹은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런 사람은 굶주린 개 같은 사람이다. 개는 인간이 아니다. 그저 개일 뿐이다. 그래서 못된 사람을 '개자식'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주변 모든 사람을 귀한 손님을 만난 듯 하지는 못할지언정 못된 욕을 먹고 벽을 쌓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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