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코로나 19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 요즘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립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자식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명절이 되면 당연히 가던 친정을 시집간 딸이 백년손님을 데리고 오니 갈 수가 없었다. 이번 명절에는 임신한 딸이 코로나 때문에 시댁과 친정 모두 못 온다고 했다. 그 바람에 7년 만에 추석날 친정 나들이를 했다.

모처럼 친정에서 동생들과 함께 보낸다고 생각 하니 많이 기다려진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보다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동생들에게 각자 자신 있는 음식을 해가지고 오라고 했다. 요리엔 영 자신이 없는 필자지만 오색전과 장조림을 만들어 들고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친정으로 갔다. 인천, 전주 등 각지에서 모이니 집안이 들썩 거린다.  

오랜만에 만난 제부들과 조카들을 보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리게만 생각했던 조카들은 어느새 자라 어른들의 키를 훌쩍 따라 잡고 있다. 각자 정성껏 해온 반찬으로 저녁 밥상을 차려 놓으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고향집의 저녁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다음날 온 식구들은 엄마가 심어놓은 고무마를 캐러 밭으로 갔다.  해마다 고구마는 날을 잡아 함께 모여 캤다. 딸과 사위, 손자들이 고구마 밭에 한가득 모여 일하는 모습은 요즘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엄마의 작업지시로 땀 흘리며 호미질을 하고 있는데, 입고 있는 엄마의 꽃무늬 작업복바지가 보는 모두를 웃게 했다.

그런데 올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구마도 안 달리고 깊이 박혀 있어 캐기가 엄청 힘들었다. 엄마가 힘들게 가꾼 고무마를 잘못 캐서 상처 입은 고구마가 너무 많아 속상했다. 그렇게 캔 고구마는 식구들의 소중한 겨울 간식이 된다. 남은 것은 동생들이 지인들에게 팔아 엄마 용돈으로 드린다.  오랜만에 일을 해서 몸은 피곤했지만 얼굴 표정만은 밝았다. 농사일은 참 힘들다. 그 일을 평생 하신 엄마를 보면 안쓰럽고 속상하다. 가난한집에 시집와 딸을 많이 낳아 셀 수없이 울었던 엄마지만, 지금은 그 딸들 때문에 동네에서 제일 행복하시다고 하신다. 

평생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사신 엄마를 보면서,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끼니도 어렵던 시절 우리 칠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웠기에 많은 딸들이 정을 나누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고구마 싹을 심으셨기에 거둘 수 있었던 것처럼 뿌려야 거둘 수 있는 것일 게다.

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정답이 없고, 비밀이 없고, 공짜가 없다고 한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세상엔 공짜가 없다"이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가 우울하다고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줄어 공기가 깨끗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젠 우리가 이 땅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이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노력하다보면 일상의 자유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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