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최근 들어 애들도 커가며 분가하기도 하고 군 복무중인 아들도 있어 집에 방도 많이 필요 없어져 집 크기를 줄여 이사하면서 이삿짐을 꾸리다 보니 이런 저런 오랫동안 안 쓰고 있던 물건들이 많이 나왔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냥 두자니 쓰지도 않으면서 공간만 차지하게 될 것 같은 물건들이 꽤 나왔다. 처리를 고민 하던 중 큰 딸 아이가 자기가 알아서 처분 할 수 있겠다고 하더니 스마트폰 중고거래 앱을 통해 순식간에 그것도 일부 경제적인 이득까지 안겨주며 해결해 주었다. 그때부터 필자도 당시 사용하였던 중고거래 앱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애용하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을 이용한 중고거래가 스마트폰 이용자 네 명중 한명이 사용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중고거래는 과거에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헌책방이 있었고, 바자회도 열려 옷가지와 장난감이 거래되곤 했다. 이러한 중고거래는 인터넷이 접목되면서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는데 인터넷을 통한 중고거래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3년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가 중고거래의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고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자신이 쓰던 물건을 올리고 사고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중고나라'는 모르는 타 지역 사람들과의 거래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신뢰의 문제가 있었고 택배상자에 물건 대신 벽돌을 보내는 사기거래가 심심치 않게 보고되었다. 그러다 2010년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중고거래 서비스로 탄생한 '번개장터'는 구매와 결제, 배송까지 모두 앱 안에서 자체 제공해 편의성과 신뢰를 높였다.
2015년 나온 '당근마켓'은 '중고나라'나 '번개장터'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었던 반면, GPS인증을 통해 거주지 반경 6 Km 내 회원과만 거래할 수 있는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탄생하였다. 거래가 집에서 멀지 않은 집근처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택배를 부르거나, 만나기 위해 중간지점을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 간편하고 신속하게 거래를 끝낼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주변 동네사람들이 무엇을 사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는 관음증적 재미도 '당근마켓'이 사용자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사실 최근의 중고거래 열풍은 장기간 불황과 그에 따른 긴축 생활로 인해 팔만 한 것은 팔아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면도 있었는데 올해 들어 발생한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어나게 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쓸 물건과 더 이상 쓰지 않을 물건들을 분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하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쓸모가 없어진 중고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새 생명을 얻는데 크게 기여한 면도 있는데 이것은 마치 우버를 통해 차가 더 자주 운행하게 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투숙객을 찾게 된 것과 유사하다. 이제 중고거래는 경제적인 이익만을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을 지키는 행동이라는 명분까지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실용성과 명분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역기반 중고거래는 더욱 적용분야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