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꿈 저 꿈꼬옥 박힌 나라 /졸졸대며 커가는 물소리 따라 /잎보다 먼저 세상 구경한다
/누가 풀었나 저 많은 물감 /누가 그렸나 벼랑 위까지 /수줍음 열리네 산자락 여기저기
/멧소리 구르네 골짜기 마다 /아지랑이 내려앉아 갸웃거리다 /새싹 돋는 소리에 쏟아내는 빛/필자의 동시 '계곡의 봄' 전문이다.모 방송의 '인간극장'라는 프로그램을 만날 때마다감동과 감격 그리고 회한이란 게 고인다. 어둠의 터널을 용케도 극복한 인간승리가 대부분이어서 가난하지만 청순한 삶의 방식에박수를 한다.장면장면과 함께 어렷을적 텃밭에 심은 햇감자를 반 친구들과 땀 흘려 캐내어 보릿짚대를 지펴 쪄먹던 기억도 겹쳐져 나도 그 속의 주인공이 돼 본다. 이렇듯 교육의 어울어짐도 '인간극장'처럼 따스한 가슴이 먼저일 때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의 시너지 또한 너르게 퍼져 '미래를 움직일 힘'으로 커갈 것 아닌가? 새 학년을 맞은 학교가 봄볕보다 먼저 닿아 따사롭다. 한 학년씩 올라선 의젓한 모습이며 햇병아리 닮은 입학생들에게서 아직은 엄마의 젖냄새를 느낀다. 등굣길 아이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비쳐진 표정까지 세상은 온통 희망으로 출렁인다.


-설 렘


유난했던 추위로 겨우내 얼리기만 했던 계곡에도물 흐르는 소리가 속삭임으로 다가온다.주위에서 눈치를 잘 보거나 보통보다 결단력이 떨어져 무기력 해 보이는 사람을 보고 '물'이라고 비하한 경우도 모른체 하면서 꿈은 계절로 승화한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물이야 말로 삶의 지혜가 무한하다. 돌아서 비켜갈지언정 먼저 흐르려고 새치길 않는다. 고여서 기다린 시간이 길지라도 소리 높여 신음할 줄 모른다. 곳곳에서 흘러와 합쳐있어도 텃세는커녕 금방 하나가 되어 부드러운 자태로 어우러진다. 우리네 삶의 고집스런 갈등을 희석시키며교훈을 건네준다. 초등학교 때 네명이나 되는 형을 따라 그 깨끗한 물가에서 바쁜 걸음 하던 그림 앞에서 잠이 깬 버들가지를 붙잡고 봄 동요를 불러대던 추억은 참으로 계절을 살찌운 영양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고향을 들른 날이면 개울에 나가 향수어린 옛 기억을 떠 올리며 얼킨 마음을 풀어낸다. 그 때 교육의 기준은 말할 것도 없이 물과 산을 오가며 시간개념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하루 땀으로 범벅되어 지내는 친자연 위주였다.


-세계의 중심

교실이 바뀌고 선생님도 낯설지만복도를 지나며 재잘거리는 소리는 여전하다. '교장선생님은 그대로네요.'신기한 듯 대뜸 묻는다. '전입 6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 멀미를 내는 걸까?' 가슴으로의 사랑이 들춰진다.고사리 손길 하나하나에 대한 소중함이 일고 요즘 들어 부쩍 공교육이라는 엄청난 굴레 속에서 작은 실천의 두려움이 짙어옴을 어쩌랴.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상식으로 퇴색 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시각각 변화의 몸살을 한다. 지각변동의 거센 물결들이 지구촌을바꾸어 가고 있으며 모두가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 처절하리만큼 경쟁 기류를 탄다. 국가 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육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변해야 살 수 있다'는 강한 외침은 낯설지 않지만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굳어진 마인드에 조심스런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멈춤도 갑작스런 변화도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학교가 변하고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감각이 뚜렷해야 한다. 유?무형의 지식창출 및 활용, 확산을 통한 평생 학습의 조화까지 이뤄내야 하므로공교육의 경쟁력 필수 지혜다. 내 자식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의 자식이 세계의 중심 인물로 우뚝 설수 있도록 새학년 경영을 다짐해 본다.나 자신 부터의 작은 변화로 새 둥지를 뜨겁게 달궈 나가기로 말이다.



오병익 /청주경산초교장 시인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