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교양 수업에서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Astérix’ 예를 참고하여 문화콘텐츠 속 역사 변형에 대해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스테릭스’는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1926-1977)의 글과 2020년 3월 타계한 알베르 오데르조Albert Uderzo(1927-2020)의 그래픽으로 1959년 첫 권 발행 이후 60년 넘게 작품이 발행되고 있다. 1세대 작가들의 은퇴 후 35권부터는 글에 장-이브 페리Jean-Yves Ferri와 그림에 디디에 콘라드Didier Conrad가 작가의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만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텍스트북, 게임,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고 1989년에는 파리 근교에 아스테릭스 테마파크도 조성되었다.
‘아스테릭스’는 기원전 50년 경 프랑스의 옛 지명인 골 지역 한 마을이 로마제국에 끝까지 저항해 독립을 지켰다는 가상의 이야기다. “때는 기원전 50년 경, 모든 골 지방은 로마제국의 정복지였다. 모두라고? 천만에! 불굴의 투지를 가진 골족들의 한 마을이 있어서 아직도, 그리고 언제나 침략자에 저항하고 있었다.” 작품은 프랑스의 실제 고대 역사와 달리 골 족의 전사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가 로마병사들을 용감히 물리쳤다는 내용을 담아 프랑스인들에 민족적 자긍심을 불어넣어 준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나 문학, 만화 작품들에서 실제 역사를 왜곡하고 변형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역사적 사실을 변형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된 이번 학기 수업 중에서 일부 차시를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진행하여 다양한 주제와 방법을 활용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화콘텐츠 작품 속에서 실제 역사를 변형하여 흥미나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예로 소그룹 토론하기도 그중 하나다.
인문학에서는 답보다 그 답을 이끌어내는 사유의 과정에 중점을 둔다. 동일한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의 상반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한 예로 영화 ‘덕혜옹주’ 속 실제 역사와 다른 내용에 대해 토론한 조에서 한 학생은 “영화 ‘덕혜옹주’에서 고종이 친일파를 크게 혼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봤을 때 역사가 왜곡 된 줄 몰랐듯이 프랑스인들도 만화 ‘아스테릭스’ 내용을 실제 역사로 착각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하여 역사왜곡을 비판적으로 보았는가 하면 다른 학생은 “다른 나라나 특정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왜곡이 아니라 많은 관객에게 재미나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면 실제 역사는 아니라도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고 관심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왜곡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영화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삶을 왜곡하였지만 애국심을 높였고 아픈 역사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역사 왜곡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문화콘텐츠에서의 역사왜곡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학생들이 보여준 열띤 토론 뒤에도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