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정성훈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겨울이 다가오면 일조시간이 짧아지고 햇빛의 양도 줄어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시적인 증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병적 증세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특히 올해는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욱 많아져 주의해야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계절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우울증으로 주로 가을과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의 감소'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1년을 주기로 가을이 되면 우울증이 시작돼 겨울을 거치면서 악화됐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정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온다. 우울한 정서를 보이고 수면과다와 무기력증에 빠지며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찾게 되고 불필요하게 과식해 체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 같은 계절성 우울증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흔하며, 여성이 전체 환자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정성훈 교수는 "일조시간이 부족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하지만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한다"며 "이러한 시기에 안 좋은 일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가장 흔한 병 중 하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공허감에 시달리며 세상만사가 귀찮고 재미가 없어지며, 항시 피로하고 생각도 행동도 느려진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주의할 점은 이런 감정이 흔하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이 2주일 이상 내내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며,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병적인 우울증이 증가한다.
식욕감퇴, 집중력과 기억력의 감퇴, 성욕의 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이 잇따라 나타나고 때로는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이기도 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관절통과 두통, 위경련 등 신체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소통단절, 음주·약물 의존 등의 증세가 나타나거나,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치료에 적극 임해야 한다.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햇빛을 자주 접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한 가벼운 산책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야외 활동이 어렵지만 마스크를 착용 후 인적이 드문 공원 등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야외에서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나아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데, 약물치료는 15일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섣불리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그 외에 광선 요법이 계절성 우울증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정성훈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정신적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