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정세윤 변호사
요즘 부동산 시세가 급등함에 따라 기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매수인에게 계약금 상당의 금액을 배액상환 해주더라도 그 금액보다 최근 형성된 프리미엄 등 시세가 현저히 높아졌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할 실익이 있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매도인은 매수인이 계약금 지급 이후 ‘이행의 착수’를 하기 전까지 배액상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행의 착수’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를 특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① 매도인이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 잔금)을 약정 기일 이전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인지, ② ‘이행에 착수할 때’의 의미는 무엇인지, ③ 매도인의 배액상환 계약해제를 위해 반드시 공탁이 필요한지 아니면 이행제공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④ 매도인의 배액상환 해제통보만으로 계약이 해제되는 것인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 매도인이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 잔금)을 약정 기일 이전에 지급할 수 있는지?
매도인이 계약금을 배액상환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금 날짜가 이전에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중도금을 입금하거나 공탁하는 것은 가능하다.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며,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2004다11599).
결론적으로 매수인은 계약서상에 계약금 이외에 나머지 금원을 미리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특약 사항이 없는 한, 임의로 약정 기일 이전에 중도금 내지 잔금을 지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행에 착수할 때’의 의미
매도인이 계약금을 배액상환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다. 여기서 이행에 착수한 때라 함은 매수인이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잔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거나 지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매수인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본인 또는 매도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72274,72281 판결).
정리해 보면, 위 판례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한 소송 제기로만은 부족하고, 더 나아가 등기에 필요한 서류의 제공과 부동산에 대한 인도 또는 인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객관적인 증거서류에 근거한 이행의 제공이 필요했던 것이고(매도인 입장에서의 ‘이행의 착수’), 반대로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계약금 이외에 중도금 내지 잔금의 지급이 매도인의 ‘이행의 착수’에 대응하는 법률 행위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