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법석이다. 처음 보도 될 때만 해도 별거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올 한해가 다 저물어 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다. 지난해부터 계획했던 여행은 다 취소되고, 평생교육 등 프로그램도 취소되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코로나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고민 하던 중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등록 했다. 공간 확보가 비교적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배우기로 작심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필자는 10년 넘게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다. 전에는 찬송가 반주를 했었는데 지금은 반주자가 없어 무반주로 찬양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피아노를 배워 찬송가 반주를 직접 해봐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먼저 찬송가 반주 책을 구입하고 오전에는 집에서 연습 하고, 오후에는 학원가서 지도도 받고 연습도 했다. 그런데 피아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배운다는 것도 그리 녹녹치 않았다. 선생님께 배운 것도 제대로 못한다고 눈물이 나도록 혼나기도 했다.

의욕은 앞서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 목표를 이루려면 연습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선생님이 반주를 시작하란다. 그래야 실력이 많이 는다고.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경험자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8개월 만에 찬송가 반주를 시작했다. 첫날 긴장과 떨림 속에서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 생각도 안 난다.

그렇다고 하루 해보고 못한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것 같아 그만 둘 수도 없었다. 너무 떨려 청심환도 먹어 보고 긴 호흡도 해보지만 아무 소용없다. 떨리는 마음 때문에 목사님 말씀도 귀에 안 들어오고 기도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반주는 어느새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떨린다. 그래도 힘이 되는 것은 어르신들이 새벽기도 시간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너무 좋다고, 큰 힘이 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니 시나브로 용기를 내본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신 있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는 날은 반듯이 올 것 이라는 믿음이 있어 희망을 갖는다. 때론 힘들어 스트레스 받을 때면 괜히 시작했나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이상현 교수의 “배운다는 것은 아픔이다.” 라는 말을 생각한다. 배움은 익숙한 것을 버리는 아픔을 받아들여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자람이란다. 그렇다 필자는 지금 아픔을 견디며 자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감당하기 벅차지만 먼 미래 하얀 머리를 이고 앉아 찬송가 반주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아픔만큼 성숙한다 하지 않던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 코로나지만 그 덕분에 오랫동안 봉사할 일이 생겼으니 감사한일 아닌가! 코로나 종식 후 “코로나 덕분”에 라고, 우리 모두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길 오늘도 기도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