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초사흘 떡가루는 열 번도 더 체를 탄다. / 초승달 앙금만 개어 시룻번 하면 / 낌새 차린 아이들 마당으로 가득. / 촛불 앞에 다독인 할머니 마음 / 떡 켜 고물 새로 물씬 영그는 밤, / 손바닥이 닳도록 정성 포갠다./ 필자의 동시 ‘고사 떡’을 역대 급 결시율 13%포함, 49만여 수능생에게 시루 째 바친다. 그동안 얼마나 헷갈렸던가. 운명까지 바꾼다는 ‘죽자 사자’ 시험 총결산, 생애 0순위로 꼽는데 그 놈의 못된 코로나 팬데믹은 고3·재수·N수생이라고 봐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수능 1주일 전 유은혜교육부장관의 대국민 호소문 “우리 국민 모두 수험생을 둔 학부모 마음으로…” 안타까운 속내를 그린 멘트에 감동했다. 학기 내 고등학교 3학년 순수 쌍방향 수업 통계도 평균 6%대였고 콘텐츠 및 과제 병행을 합쳐 15%(교육부 발표)로 유례없는 학습결손이었다. ‘코로나 수능’, 예년보다 2주일 넘기긴 했으나 입시 전형과 학기 일정 등 일파만파 할 난제들을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다. 아무튼 여전히 고등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미명아래 다섯 개 보기의 족집게 선수를 4차 산업 엘리트로 양성하려는 발상은 시대착오며 인재 개념의 오류 아닌가.
그동안 재수·N수생에게 유리했던 출제 흐름 때문에 비대면 수업 수준을 고려한 문항을 은근히 기대해 왔다. 하지만 해당부처장관은 ‘모의평가 결과 특이 사항 없으므로 고려 않겠다’ 며 일찌감치 ‘수능최저기준 완화’를 잠재우더니 결국, ‘워낙 쉬워서 ·…’ 변별력을 놓쳤다는 응시자 반응과 전문가 질책이다.
수능 끝나자마자 정시, 수시 비율을 두고 ‘설익은 밥’으로 비유하며 공방에 싸인다. 수시전형은 4차 산업시대 인재와 맞아 떨어지는 반면 정시 확대의 경우 주입식 암기 중심으로 두 유형 사이 여전한 온도차다. 대학 역시 심심찮게 대안을 쏟아내지만 정부 재정 지원 눈치를 어쩌겠는가. 결국 대학 존립 위기와 상관없는 ‘시계 제로’의 제스처일 건 뻔하다.
지방·수도권, 국·공립 일부 대학은 정원 미달 곡성(哭聲)이 시작 됐다. 문제는 정원보다 적은 학령인구다. 저 출산의 회오리가 두렵다. 한편 정원감축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미적거릴 때 4차 산업 혁명은 그야말로 쾌속질주하며 일자리, 감정 파악, 창의를 휘감아 사람들 무릎을 꿇리고 있다. 미래는 독자적 개인의 순수 잠재력이 성장엔진일게 분명하다. 최초 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교수마저 ‘EBS 교재 달달 외우기’로 판가름 나는 변종 등급에 굵은 물음표를 던졌다. 공정 대학입시 전형을 마다할 사람 없으나 글로벌 경쟁력과 너무 먼 ‘지성의 전당’ 앞에서 떠내려가는 중등학령 아이들, 마냥 ‘대박·필승’만 읊조리며 언제까지 학대할 작정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