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김성수 충북대 교수
한 해의 끝 십이월, 연말이다! 연말은 너무 짧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의 시작을 포함한 연말연시로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갖는다.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끝나는 것과 시작이 맞물려 있는 형태이다.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이라 할까? 우리는 메피우스띠의 너비를 가르는 선을 긋고, 억지로 나누어진 두 영역 중 한 쪽을 끝이라 부르고, 다른 한쪽을 시작이라 부른다.
시간은 한 번도 잘려진 경우가 없다. 시간의 흐름은 연속이다. 끊어짐이 없다. 시계 바늘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나 같은 속도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끊어짐 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도 각 시점에서의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우리에게는 그 의미를 달리한다.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이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이루는 조화가 삶과 관련된 시작과 끝의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다. 그 사실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모든 존재들이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우주의 공간에 아름다운 궤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사실 위에 지구는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시간은 늘 다른 느낌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새롭다는 것 자체도 공전과 자전의 틀 안에서의 한계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것은 옛 것들과 다른 것이라 한다. 그 다른 것들은 변화를 가져 온다고 한다. 영원한 시간은 인간에게 있어서 많은 것의 기준이 된다.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포화된 삶에는 더 이상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는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마치 씨앗이 썩어야 새싹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변화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변화는 시작과 끝의 경계선에 존재 한다. 올해도 이제 그 경계선에 서성이는 한 해의 여신은 떠나야 한다. 세월의 벽에 매달린 누렇게 빛바랜 달력의 나풀거림도 찢어져 사라져 가야 한다. 떠나는 것들과 잊어져 사라져가는 것들을 서글퍼 할 이유가 없다. 사라져 간다는 것은 긴 여행의 쉼이다. 보이지 않는 어두움은 여행자의 고단함을 포근히 안아주고 세상의 모든 부끄러운 실체를 감추어준다. 그리고 어둠은 밝음을 잉태한다. 그렇게 세상의 많은 상처들은 어둠 속에서 치유된다. 한 해가 메마른 겨울풀잎으로 시들이 간다. 늘 그랬듯이 시들어 가는 모든 것들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한다.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이별의 고통이 없이 새로운 만남은 없다. 가는 해가 없이는 새로운 해가 오지 못한다. 그러기에 메피우스띠 위에 그려진 사람의 삶의 시간은 시작과 끝으로 연결되어진다.
정리의 계절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이 가다듬은 마음자세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절이다. 이번 연말연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만남이 강제로 배제된 비대면의 시간이다. 내 안에 있는 나와의 만남만이 강요되는 시절이다. 각자가 외로이 서 있어야 되는 시절에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때 이다. 그 동안 소원했던 자신에게 전화라도 걸어서 소원했던 자신과의 관계를 살펴봄직한 계절이다. 코로나의 시절에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며 내 마음의 방을 한 칸이라도 비워봄직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