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다원주의 사회, 다시 제 기능 하려면
거버넌스로 협력해 수많은 의견 들어봐야"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가져온 사회 전반의 피해가 막심하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 됐고 어떤 이는 직업을, 심지어 어떤 이는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연 초부터 시작돼 해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같은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도 간절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남긴 상흔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응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에 충청일보는 올해 아젠다를 '위기를 넘어 희망찬 내일로'로 정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어떻게 넘어 설 수 있을지 위기관리분야 국내권위자인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을 만나 위기관리학 측면에서 본 코로나19 사태와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무너진 가계경제 살리는것이 중요
사회적 트라우마 극복도 논의 필요

 

위기관리학 측면에서 본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그저 감염병의 하나로 생각한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감염병 위기가 아니다. 위기관리학은 의학, 심리학, 경제학, 언론학, 법학, 공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가 연결돼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는 단지 감염병, 즉 보건의료 측면의 위기만이 아니라 무역, 경제, 외교, 안보, 국방, 농업, 환경, 사회 복지 등 모든 분야와 관련돼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보건 의료적 측면으로만 보지 말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 여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방정부,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충북을 예로 든다면 내년부터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안 돌아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파산하는 기업들이 생기고 법인세를 내지 못하면 세원이 줄어든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자주 재원이 없기때문에 자체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보건의료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우리가 살아온 삶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사회 문화부터 바뀌었다. 모든 삶에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됐고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이렇게 코로나19는 보건의료체계의 위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체계가 바뀌는 상황을 가져왔다. 백신이나 치료제 등 보건의료 분야뿐 아니라 총체적이고 총괄적인 코로나19 대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어떠한가.
"정부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그동안 참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초기에 K방역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모범사례로 꼽혔지만 신천지 사태로 한 번 무너졌고 이후 확산 기세를 잡는 듯했지만 3차 대유행까지 오고야 말았다. 현재의 대응책은 너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역에만 치중하고 있다. 방역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관혼상제나 식습관, 생활양식, 기업이나 각 기관의 조직 운영 등 생활 속 문화에 대한 점검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초기에는 확진자 발생 동선에 따라 의료진들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한계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일부러, 그들이 걸리고 싶어서 감염된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니 감염이 된 것이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삶의 생활양식을 바꿔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가 막으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셈이다. 우리의 평소 생활양식, 일상생활을 점검해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최근 제천에서 김장발 확진자가 다수 나왔는데 이 경우가 그렇다. 예전과 같이 김장이라는 집안 행사를 했을 뿐인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생활방식을 점검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교육,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가 보는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보건의료의 위기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 건강 뿐 아니라 재산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경제다.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쨌든 경제적 여건이 바탕을 이뤄야 하는데 이것이 지금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자영업자가 설 곳이 없이진다. 자영업자가 못산다는 것은 창업이 힘들어지고 고용된 사람들의 일자리도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경제 순환이 힘들어지는 것인데 지금이 한계까지 도달한 것 같다. 제일 위험한 것이 식당, 소규모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권 예·적금과 보험 계약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어린이 보험 해약자도 늘었다고 한다. 보험이나 예·적금은 가계 금융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해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새해 3~4월 백신 접종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불안한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나
"논의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책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금은 재난지원금 얼마를 언제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자영업자들 한 달 임대료만 해도 30만원을 훨씬 넘는다. 임시방편일 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논의만 하는 것은 진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창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이 없으니 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지 현실을 잘 모르는 것이다. 위기상황은 사람의 인식의 폭을 좁혀서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사고방식이 경직되기 때문에 시야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협의 형성을 위한 초학제적 접근법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거버넌스를 만들어 코로나19 후속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똑같은 현상을 봐도 분야의 따라 시각이 다르다. 다원주의 사회가 제 기능을 찾으려면 수많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 거버넌스가 바로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통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기 위해 충북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충북이 하나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도 방역 대책을 마련할 때 자문하는 전문가들이 있겠지만 의료 보건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경제, 산업, 공학, 복지 등 모든 분야가 함께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구조 즉 거버넌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전에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였지만 언제부턴가 통제 일변도로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 관련해선 무기력해졌다. 적어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누구나 이야기하고, 아무리 보잘것없는 의견이라도 이야기하면 누군가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살을 붙여서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는다. 사회적 담론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초학제적 접근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반 시민들, 일반 시민들과 접촉하는 일선 공무원, 학자,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하며 문제 해결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가 무너졌고 사회적 담론의 장이 사라지면서 일반 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이나 이야기들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모르고, 정책에 반영되지도 낳는 것이다. 사회적 담론은 형성할 수 있는 모델을 충북에서 만들어보자."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대한 대비책은.
"무너진 가계경제를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돈을 쓴다고 해도 경제가 바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무너져버린 가계경제, 소시민, 자영업자들의 삶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이냐가 중요하다. 또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남긴 사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가져온 사회적 트라우마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재난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재난은 불평등한 이벤트다. 피해가 취약계층에게만 가중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가 많이 파괴됐다. 예전에는 마스크 없이도 이야기를 나누고 악수하고, 음식도 나눠 먹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이 보균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 전제가 돼 버렸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피폐했던 사회·경제·문화적 취약계층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폐 입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을 갖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 기업, 학교, 대학교 등 지금부터라도 각계각층에서 코로나19 이후 회복 준비를 해야 한다."   
 /사진=신홍균기자, 글=박장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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