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봄 소풍을 갈 때마다 비가 내렸다.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그렇다고 말이 전해와 모두들 그렇게 믿게 되었다. 학교를 지을 때 아주 커다란 구렁이가 나왔는데 그 구렁이를 죽었기에 죽은 구렁이의 저주로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비일비재하여 이웃 학교마다 거의 같았다. 소풍날 비가 내린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학교마다 봄 소풍 시기가 비가 내릴 때쯤에 가는 결과였을 것이다.

청와대의 주인은 좋던 싫던 우리의 대표임은 확실하다. 청와대의 주인인 대통령이 잘 되길 아주 오랫동안 학수고대했다. 청와대에 대한 구렁이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에 넘치는 대통령은 언제쯤 나올 것인지 자못 걱정이다. 처음 청와대를 신축할 때 구렁이보다 더한 무엇을 죽여서 그렇게 어렵게 모든 대통령이 청와대 생활을 보냈는지 알 수는 없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 정말 국가를 위해 잘 하겠다고 국민 앞에 신성하게 다짐했을 것이다. 나는 미신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참 어려운 일이지만 청와대를 이전해 보는 어려움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 이후 청와대를 옮기지 않고 미래의 대통령들이 잘 된다면 다행이지만 이전을 한 번쯤 고려해볼 일이다.

오래 전 스위스에 잠시 동안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 한 번 못하고 고생만 하다 죽은 친구의 문상을 다녀온 아내의 구절양장 펼치는 푸념을 듣다가 대답해줄 말을 잊고 다음날 바로 스위스 여행을 예약을 했다. 난생 처음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은 이십여 년 전 신혼여행 때의 약속이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꽃의 장식과 아름다운 자연 정경이며 스위스 쇠를 잘 다루는 나라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 이것보다 내가 본 것은 물 부족을 저수지를 막아 해결한 스위스였다. 우리도 이와 같이 물을 준비하려면 계곡을 막아야 하는데 자연이 파괴 되고 아름다운 계곡이 다 없어질 것이다. 스위스는 수많은 저수지를 만들었지만 높은 산 때문이지 절경이 많이 남아 별지장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스위스와 동일시 볼 수 없다. 장마 때마다 쌓이는 많은 토사를 걱정해야 한다.

박정희를 처음 만난 것은 청주공고 운동장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대통령선거 유세장에서였다. 친구와 함께 가장 가까운 곳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유세를 들었다. 박후보와 우리는 열 발자국 이내였다. 박후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유세를 듣던 친구는 큰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도 대통령 해야겠다. ??굉장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틀을 벗어 버리게 했다.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유세하는 왜소하고 볼품없는 자태는 젊은 패기의 우리에게커다란 희망을 준 것이다.언어도단이라고 하겠지만 장기집권에 독재를 한 것과 배고픔을 잊게 한 경제 발전하고 비긴다 치면 참 잘한 일은 젊은이에게 누구나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준 일이다. 교지편집을 끝내고 서문동 식당에서 닭 내장 탕을 먹다가 텔레비전에서 유신이란 말을 들었다. 교지편집위원 모두들 참담해 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도 잘 알지 못하면서.

대학신문사 기자 시절에 유신반대에 대한 의견이 학보에 한 줄 삽입되었다고 해당 홋수의 신문이 모두다 불타버리는 사태가 중앙정보부 조정관에 의해 아쉽게 벌어졌다. 이것은 있을 수없는 일이었지만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 당시는 다반사였다.

현 정권에서 모든 문제점을 잘 살펴 성공적인 4대강 사업이 되길 기대한다. 성공하기는 어렵지 않다.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업을 해나간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태어났고 다시 묻힐 금강 가를 거닐며 내가 걱정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30년 후에 정말 잘 한 일이라고 모두의 입에서 회자되기를 소망한다. 말없이 흐르는 금강 물에 물수제비를 던지며.





/성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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