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이름없는 영웅' 하면 무명용사가 생각이 난다. 역사는 유명한 장군과 지도자만 기억하지만 나라를 구하는 것은 수많은 이름없는 그들이다. 아무리 유능한 장군도 혼자 적을 상대할 수는 없다. 전쟁터에서 실제로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 무명용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름없는 영웅은 누구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이니 의료진이 우선 생각나지만 어찌 그들만일까?

산업전선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두가 이름없는 영웅들이다. 그러나 낙후된 이 나라를 근대화하고 경이적인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었던 선생님들이야말로 무명용사이다. 그들은 교육입국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근대화, 개방사회의 실현, 문화수준의 향상 등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개발한 공로자들이다. 사회구성원의 삶의 조건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충북에서 명예퇴직을 하는 교원 수가 4년째 증가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두 209명의 교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도내 교원의 명퇴는 지난 2018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256명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만 200명을 넘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의 명퇴 교원의 증가는 교권추락과 코로나19의 장기화 등 급변한 교육환경과 공무원연금법 개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명예퇴직 제도의 기원은 1972년 「교육공무원법」에 '공로퇴직수당' 규정이 신설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도입 취지는 '노쇠 기타 심신 장애로 교직에 계속 근무하기가 곤란한 고령의 교원이 그 정년 전에 자진하여 퇴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교원명퇴 증가의 이유는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이 1순위다. 학생에 의한 폭언·욕설과 함께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어려운 수업방해이다.

교직의 안정성에 상당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교사는 의사나 변호사와 함께 가장 희망하는 직군이 아니던가? 교육 현장의 변화와 학생 지도의 어려움이 정든 교단을 떠나게 하고 있다. 산업경제구조의 변화와 글로벌사회의 진전,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사회변화는 종전과는 다른 교육내용과 교사의 전문성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으로 유치환의 시 '깃발'은 시작한다. 교단의 안정과 보람이 결여된 상황에서의 명퇴는 '소리없는 아우성'일 수 있다. 명퇴 후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하는 교원도 있다. 노스탤지어가 타향에서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면 명퇴하는 교원들은 더이상 머물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직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떠나는 사람일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떠나려는 사람보다는 머물려고 하는 사람이 많거나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 조직은 오래 생존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교원들이 떠나가는 교단에서 미래교육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교사가 보람을 갖고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 주체들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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