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몇 해 전 성폭력 미투가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연일 학폭(학교폭력) 미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성폭력 미투는 문화예술계와 정치권에서 학폭 미투는 체육계와 연예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학폭 가해자는 장난으로 시작하지만, 피해자는 평생 잊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가해자는 기억조차 희미한데 피해자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장난으로 출발한 폭력은 가정 폭력, 사회 폭력을 낳아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2004년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만들어지고 2012년에는 교육부 훈령으로 위원회에서 결정한 가해 학생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다양한 학교폭력 대책이 쏟아졌으나 지속적 증가 추세에 있으니 백약이 무효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학교폭력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폭력 순으로 신체 폭력보다 정서 폭력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보도되는 학폭 미투는 체육계나 연예계 스타를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추락시킬 수 있을 만큼 진폭이 크다. 학창 시절 한순간의 잘못이 한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학폭은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따라서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접근이며 관계성 강화로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방법이다. 그것은 잘못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응보적 정의(형사사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존의 응보적 정의는 처벌 중심의 훈육으로 권위자가 잘잘못을 결정하여 권위주의적 문화와 위계질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인권 의식이 강화하여 무조건적 복종을 거부하고 상호 간의 존중과 협력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집중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사라지고 집단지성을 통한 상생의 리더십이 요청된다. 이에 전통적 훈육방식은 공동체와 관계 및 대화를 중시한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유대인의 하브루타적 대화법을 도입할 만하다.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서로 짝을 이뤄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는 전통적 교육 방법이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정해진 날짜에 주제를 정하여 구성원끼리 토론을 할 수 있다. 토론 주제는 학폭을 포함한 구성원 현안 중에서 시급한 것으로 정하면 된다. 토론을 통하여 구성원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대책을 마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권위적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적이면서도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을 추구하게 된다.

학교폭력은 교사나 학부모, 학생 등 한 개인이나 단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잠재우긴 어렵겠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과 애정으로 지혜를 모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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